金 “이재명과 싸워봤나”… 安 “안방서 4선 했으면 험지 갈 때”

입력 2023-02-16 04:05
국민의힘 천하람·김기현·안철수·황교안 당대표 후보(왼쪽부터)가 15일 서울 중구 TV조선 스튜디오에서 첫 방송토론회를 시작하기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3·8 전당대회까지 총 4차례의 방송토론회가 예정돼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 4명이 15일 첫 TV토론회에서 격돌했다. TV조선에서 생중계한 이날 토론회에서는 특히 ‘양강’ 김기현·안철수 의원이 난타전을 벌였다.

포문은 김 의원이 먼저 열었다. 김 의원은 주도권 토론에서 “저는 지난 대선 때 이재명 후보는 절대 안 된다고 철저하게 앞장서서 싸웠다. 그러나 안 의원은 과연 그렇게 치열하게 싸웠는지 별로 기억이 없다”고 공세를 폈다. 이에 안 의원은 “기억을 불러일으켜 드리겠다”며 “대통령직인수위원장 끝나고 맨 먼저 한 게 이 대표가 사는 데(성남 분당갑)서 5월 6일 출마를 선언한 것”이라고 받아쳤다.

두 후보는 공수를 바꿔가며 치열하게 맞붙었다. 안 의원은 김 의원을 향해 “(국민의힘) 안방인 울산에서 4선을 했다. 16년 동안 했으면 험지에 갈 때가 되지 않았냐”고 따져 물었다. 차기 당대표는 수도권 험지에 출마해야 한다는 자신의 ‘수도권 대표론’을 강조한 것이다. 김 의원은 “내년 총선에서 이기기 위해서 해야 하는 건 뭐라도 하겠다”면서 “그런데 그 방식이 수도권 대표로는 해결이 안 된다”고 맞받았다.

천하람·황교안 후보는 양강 주자에 공세를 집중하며 추격전에 나섰다.

천 후보는 친윤(친윤석열)계의 지지를 받는 김 의원을 겨냥해 “우리 당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과거 계파 정치를 또다시 해서 권력 가진 사람들이 줄세우기를 하고,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배척하고 억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황 후보는 안 의원을 겨냥해 “통혁당 간첩 주범 신영복을 ‘시대의 위대한 지식인’, ‘주위를 맑게 만드는 분’이라고 칭송했다”고 공격했다. 이에 안 의원은 “망자에 대한 그런 마음을 표현한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밸런스게임’ 코너에서는 이색 질문과 답변이 나왔다. 김 의원은 ‘나경원 전 의원과 장제원 의원 중 한 사람만 구조할 수 있다’는 질문에 “나 전 의원”이라고 답하면서 “나 전 의원과 만난 지 조금 더 오래됐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둘 중 하나를 꼭 포기해야 한다면 전 재산 또는 대통령?’이라는 질문에 “전 재산”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미 절반 이상, 1500억원을 기부했다”고 강조했다.

한편 전당대회 주요 이슈로 부상한 ‘당정일체론’과 관련해 이날 윤석열 대통령을 국민의힘 ‘명예대표’로 추대할 수 있다는 가능성까지 거론되며 논란이 일기도 했다.

친윤 핵심인 이철규 의원은 이날 친윤계 공부모임 ‘국민공감’ 세미나 후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의 국민의힘 명예대표 추대설 관련해 “가능한 얘기”라고 말한 게 발단이 됐다.

당정일체론을 주도하는 친윤계는 이 의원의 언급을 ‘돌출 발언’으로 규정하고 진화에 나섰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명예대표 추대설에 대해 “현실성이 없는 얘기”라고 잘라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 중요하게 논의돼야 하는 것은 당과 대통령이 실질적으로 운명 공동체가 돼 책임을 지고 정책을 추진하려는 의지”라며 “명예대표니 하는 형식은 전혀 중요한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친윤계가 선을 그었지만, 당권 주자 사이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안철수캠프 선대위원장인 김영우 전 의원은 입장문을 내고 “전당대회 와중에 이런 문제가 나오면 대통령이 당무에 개입한다는 인상을 주고 대통령을 전대에 끌어들이는 것이 된다”고 지적했다.

이상헌 정현수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