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긴급출금’ 文정부 관계자들 1심 무죄… “직권남용 아냐”

입력 2023-02-16 04:06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에 관여한 혐의로 기소된 이규원 춘천지검 부부장 검사(왼쪽)와 이광철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가운데), 차규근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는 모습. 연합뉴스

2019년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을 불법 출국금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문재인정부 청와대·법무부 인사들과 수사 검사가 1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률상 요건을 갖추지 못한 조치였다고 해도 김 전 차관 출국 저지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는 판단이다. 이들에 대한 수사를 부당하게 중단시키려 한 혐의로 기소된 이성윤(아래 사진) 고검장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김옥곤)는 15일 이광철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차규근 전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및 대검 과거사 진상조사단 소속이었던 이규원 검사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에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학의 긴급 출국금지 조치’가 법적 요건을 갖추지 못한 위법한 조치였음은 인정했다. 다만 수사 대상자가 될 것이 확실한 김 전 차관의 출국 시도를 막은 일의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봤다. 재판부는 조사단의 재수사를 통해 김 전 차관이 뇌물 혐의로 구속 기소된 점을 들며 “출국을 용인했을 경우 수사가 난항에 빠져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기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점에서 조치의 필요성과 상당성도 인정된다”고 말했다. 무고한 일반인에 대한 출국 저지와는 경우가 다르다는 설명이다.

긴급 출국금지가 판례가 거의 없는 생소한 제도라는 점도 감안됐다. 재판부는 “법무부와 대검도 이 사건 수사 개시 전에는 김학의 긴급 출국금지가 적법하다는 입장이었다”며 “당시 매우 긴박한 상황에서 법률상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해도 직권남용으로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또 피고인들이 사익이나 청탁 등 불법적 이익을 실현하려 했다고 볼 증거도 없다고 밝혔다.

이 검사가 사건 당시 한찬식 서울동부지검장의 승인이 있었던 것처럼 서류를 꾸민 행위 등은 일부 유죄가 인정됐다. 다만 재판부는 불법성이 크지 않다며 징역 4개월 선고유예 판결했다.

이 검사 등은 2019년 3월 22일 김 전 차관이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하려 하자 불법으로 금지한 혐의로 2021년 4월 기소됐다. 수원지검 안양지청 수사팀은 출국금지의 위법성을 인지하고 2019년 6월 수사에 착수했었다. 당시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이던 이 고검장은 외압을 넣어 수사를 무마한 혐의로 2021년 5월 기소됐다.

재판부는 이 고검장에게도 무죄를 선고하면서 “이 고검장이 안양지청 검사들에게 위법·부당한 압력을 행사한 것이 아닌가 의심이 든다”고 했다. 하지만 단지 이 고검장의 행위만으로 수사가 중단된 것으로 단정할 순 없다고 봤다. “윤대진 당시 검찰국장의 (안양지청에 대한) 전화가 더 직접적 압력으로 작용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이유도 들었다.

이 고검장은 무죄 선고 이후 “윤석열 정치검찰이 국민을 위해서가 아니라 특정세력이나 사익을 위해 수사하고 기소한 게 아닌지 의심된다”며 검찰을 겨눴다. 검찰은 “재판부가 긴급 출국금지의 위법성, 수사가 부당하게 중단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무죄를 선고했다”며 “도저히 수긍할 수 없어 항소해 반드시 시정하겠다”고 밝혔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