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빼든 금융당국, 은행권 임직원 보수·대출 금리 손본다

입력 2023-02-16 04:07
김주현(왼쪽)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5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비상경제민생회의에 앞서 대화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회의에서 시중은행의 과도한 ‘이자 장사’ 논란과 관련해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를 이달 중 출범시키겠다고 보고했다. 김지훈 기자

금융당국이 은행권 ‘돈잔치’ 비판과 관련한 제도 개선을 위해 직접 칼을 들기로 했다. 과점 시장인 은행권 경쟁을 강화해 대출 금리를 끌어내리고 사회공헌 의무를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은행권 임직원 보수체계도 상당 부분 뜯어고칠 것으로 예상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15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하면서 ‘은행산업의 과점 폐해’를 언급했다. 그러면서 예대금리차(예금과 대출 금리 차이) 축소와 취약 대출자 보호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금융위원회는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를 이달 중 출범시키겠다고 윤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TF에는 금융위와 금융감독원, 은행권, 학계, 법조계, 민간 전문가가 참여해 은행권 경쟁 활성화부터 성과급, 사회공헌 활성화, 퇴직금을 포함한 보수체계 손질, 금리체계 개선까지 다양한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우선 금융위가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에게 특화한 전문은행 인가를 새로 내줘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시중은행 과점 형태로 굳어진 시장구조를 깨는 방안이 고려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규 인터넷전문은행 면허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5대 시중은행은 모두 금융위로부터 받은 사업권을 바탕으로 운영되는데 경쟁 없이 관행대로 영업하며 대출금리 인하 등 금융소비자 보호에 미온적이었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보수체계의 경우 성과급·퇴직금에 상한선을 마련하거나 금융사지배구조법 시행령에 명시된 이연 지급 대상, 기간을 확대하는 대책 등이 거론된다. 금리체계는 미국과 같이 고정금리형 비중을 확대해 최근처럼 시중금리가 요동칠 때 여파를 최소화하는 방안이 검토된다.

또 금감원은 TF와 별개로 은행권이 금리 상승기 각종 불공정 행위를 하지 않았는지 올 한 해 집중적으로 살필 계획이다. 대출 금리와 수수료를 불합리하게 산정하지 않았는지 등을 들여다볼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금융위는 TF 출범 계획과 함께 취약 대출자 지원안도 내놨다. 저신용자가 불법사채에 내몰리지 않도록 오는 3월 말 ‘긴급생계비 대출’을 출시한다. 연 소득 3500만원 이하의 하위 20% 저신용자는 연체 이력에 관계없이 최대 100만원을 최저 연 9.4% 금리로 빌릴 수 있다. 실직 등으로 대출 상환이 어려운 대출자는 이자율을 30~50% 감면해준다. 올해 서민 금융은 10조원어치 공급한다.

정부 압박이 커지자 은행권은 이날 은행연합회를 통해 “향후 3년간 취약층 등에 10조원 이상을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 수치의 상당 부분은 ‘보증 배수’ 효과다. 예를 들어 은행권이 향후 3년간 신용보증기금 등에 출연하는 금액을 연 2600억원에서 3200억~3300억원으로 600억~700억원 늘리면 보증 배수 15를 곱해 3조원에 이르는 지원 효과가 난다고 계산하는 식이다. 부랴부랴 지원책을 발표했다가 되레 비판 목소리를 키우는 상황이 연출된 셈이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