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 더주는 저축은행에 서민 몰리는데… 건전성에 빨간불

입력 2023-02-16 04:06

국내에서 영업하는 저축은행 가운데 절반가량은 자기자본 대비 위험자산이 평균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대출 규모 중 부실채권 비율도 급속도로 상승 중이었다. 전체 여신의 40%가 부실채권인 곳도 있었다.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저축은행 건전성에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15일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영업 중인 저축은행 79개사의 평균 BIS 비율은 12.88%로 나타났다. BIS 비율은 은행이 위험자산에 비해 자기자본을 얼마나 확보하고 있는지를 측정하는 지표다. 한마디로 빌려주고 회수하지 못한 자산을 은행 자체 자본으로 얼마나 커버할 수 있는지를 나타낸다. 금감원이 권고하는 최소 BIS 비율은 7~8%이지만, 저축은행 건전성은 악화한 것으로 분석됐다.

공시 자료를 보면 79개사 중 37개사가 평균보다 낮은 BIS 비율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는 OK저축은행(10.81%) 웰컴저축은행(12.59%) 페퍼저축은행(10.49%) 등도 포함됐다. 이들은 업계에서 비교적 높은 파킹통장 이자율을 지급하며 고객을 끌어모은 곳들이다. 특히 OK저축은행 파킹통장 금리는 업계 최고 수준인 5.0%에 달해 인기를 끌었다.

부실채권도 위험 수준에 근접했다. 79곳 중 31곳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이 평균 이상을 기록했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은 금융기관이 실행한 전체 여신 가운데 부실채권이 얼마나 차지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이 지표가 10%인 은행의 경우 대출을 해준 1억원 중 1000만원은 사실상 ‘떼인 돈’으로 판단된다는 뜻이다.

고정이하여신비율에서도 마찬가지로 높은 파킹통장 금리로 인기몰이한 OK저축은행(7.10%)과 웰컴저축은행(4.59%)이 평균(3.17%) 이상 위험수위를 보였다. 대원상호저축은행의 경우 고정이하여신비율이 무려 38.96%에 달했다. 전체 여신 가운데 40%가량이 부실채권인 셈이다. 대아상호저축은행(29.25%) 조흥저축은행(15.26%)도 이 비율이 과도하게 높았다.

대형 금융지주사나 대기업 계열 저축은행이라고 해도 안심할 수는 없다. 한화저축은행, 한국투자저축은행, KB저축은행, IBK저축은행 등 모기업이 대기업인 이들 상당수가 BIS비율이나 고정이하여신비율 평균치를 충족하지 못했다.

저축은행이 부실채권 등 리스크를 감당하지 못하고 영업을 종료할 경우 후폭풍은 그대로 예금자들에게 향하게 된다. 2011년 저축은행 영업정지 사태 당시에는 BIS 비율이 낮은 부실 저축은행이 대거 영업정지 당하며 피해자 10만여명이 1조3000억원대 피해를 입었다. 1인당 원리금 5000만원까지는 예금자보호법에 의해 예금보험공사가 전액 보장하지만 언제 예금을 돌려받을지는 기약하기 어렵다.

금감원 관계자는 “다중채무자 비중에 따라 저축은행들이 추가 대손충당금을 적립하도록 하고 부동산 대출(PF) 관련 리스크 관리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