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에선 ‘로보택시(완전 자율주행 택시) 상용화’가 쉽지 않은 이유를 기술력이 아닌 다른 곳에서 찾는다. 운전자 없는 택시에 대한 불안감, 사고 발생 시 책임소재 같이 당장 풀기 힘든 문제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그래서 각국 정부도 법, 제도 등의 규제를 푸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일단 중국이 치고 나가기 시작했다. 정부 주도로 ‘전기차 굴기’를 이룬 중국이 본격적인 로보택시 시장 장악에 돌입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베이징시는 지난해 12월 바이두와 포니AI에 운전자나 안전요원이 없는 ‘완전 자율주행’ 로보택시 시범운행을 허가했다. 지난해 8월 충칭시와 우한시에 이어 중국 최대 도시에서도 사람 없는 택시가 도로를 달릴 수 있게 된 것이다. 대신 안전 담당자가 차량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다 긴급 상황이 발생하면 원격으로 제어한다는 전제조건을 뒀다. 중국의 경우 중앙정부보다 지방정부에서 주도적으로 자율주행 정책을 수립해 운영하고 있다.
중국의 이런 움직임에는 고속 성장하는 로보택시 시장을 초기에 선점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이미 중국은 여러 도시에 지능형 커넥티드카 시범구역을 구축해 완전 자율주행 서비스를 위한 막대한 양의 데이터를 확보했다. 자율주행 플랫폼 ‘아폴로 고’를 운영하는 바이두는 ‘레벨4’ 단계의 자율주행 시험거리를 4000만㎞ 이상 축적했다고 한다.
산업계에선 중국이 로보택시 사업자에게 길을 열어주며 시장을 장악할 거라는 전망도 잇달아 나오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IHS마킷은 중국의 로보택시 시장이 오는 2030년 1조3000억 위안(약 240조)에 이른다고 추산한다. 전체 차량호출 시장의 60%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블룸버그NEF는 “중국이 2040년까지 약 1200만대에 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로보택시 함대를 운영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바이두는 ‘아폴로 고’ 서비스를 현재 10여개 도시에서 2025년에 65곳, 2030년에 100곳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포니AI는 광저우자동차의 승차 호출 플랫폼 온타임과 카오카오 등과 협력 관계를 맺었다. 상하이자동차의 인공지능연구소와 무인기술을 공동 연구하는 등 로보택시 운영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로보택시 제조비용도 확 낮췄다. 바이두가 지난해 7월 발표한 자율주행 자동차의 가격은 약 25만 위안(약 4646만원)이다. 기존의 절반가량이다. 로보택시를 도로에 빠르게 확산할 수 있고 소비자의 서비스 이용비를 낮출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주정부도 지난해 GM의 자율주행 자회사 크루즈와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자율주행 사업부 웨이모의 로보택시 시범 운영을 허가했다. 그러나, 최근 미 NBC는 “샌프란시스코 교통 당국이 캘리포니아 공공시설위원회(CPUC)에 크루즈와 웨이모의 로보택시 서비스 확장 계획을 승인해주지 말라고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도심에서 로보택시가 갑자기 멈춰 교통 흐름을 방해하거나 긴급차량의 통행을 가로막는 행위를 반복하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자율주행 선두주자로 꼽히던 미국 스타트업 ‘아르고 AI’는 지난해 10월 폐업했다. 아르고 AI에 투자했던 독일 폭스바겐은 투자 중단을 발표하기 직전에 중국 스타트업 호라이즌 로보틱스와 자율주행 합작사를 세울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