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정부·대한의사협회 협의체(의료현안협의체) 논의가 의협의 갑작스러운 불참으로 중단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잠정 중단했다가 지난달 26일 2년여 만에 재가동됐는데 고작 두 번의 회의를 열고는 또 멈췄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협의체는 붕괴 위기에 처한 필수의료 육성, 지역의료 격차 해소, 전공의 수련 환경 개선, 비대면 진료 법제화 등에 대한 합의를 모색할 계획이었다. 국민 건강권을 보장하고 의료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서둘러 해결책을 찾아야 할 과제들이다.
국내 필수의료 분야의 위기는 심각한 수준이다. 수도권 소재 대학병원에서조차 의료진 부족으로 소아청소년과 입원 진료가 중단됐고 외과, 흉부외과, 산부인과 등 다른 과목도 전공의 모집에 어려움을 겪는 곳이 많다. 의사들의 수도권 쏠림 현상으로 인해 지방은 의사가 부족하고 의료 서비스 질이 떨어지는 등 지역 간 의료 불균형도 확대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달 31일 인프라 확충, 공공정책수가 도입을 통한 의료계 보상 강화, 지방병원과 필수과목 전공의 확대 배치 등 필수의료 지원대책을 발표하며 물꼬를 튼 만큼 논의를 더욱 구체화시켜 미진한 점들을 보완해야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에 비해 크게 부족한 국내 의료 인력의 충원도 시급한 과제인데 17년째 동결된 의대 정원을 확대하는 논의는 시작조차 못한 상태다.
의협은 간호법과 의사면허취소법이 지난주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된 것을 문제 삼아 협의체 참여를 중단했는데 납득하기 어렵다. 간호법은 간호사의 업무 범위와 처우 개선 등을 담았고, 의사면허취소법은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의사의 면허를 취소할 수 있도록 한 게 골자다. 의협은 강력 반발하고 있지만 두 법안의 제·개정이 필요하다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두 법안의 부당함을 주장하는 것은 의협의 당연한 권리이나, 이를 이유로 의료계의 시급한 현안 해결을 위한 의정 논의를 거부하는 것은 지나치다. 국민 건강권은 뒷전이고 의사들의 기득권 지키기에 급급한 행태 아니냐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의협은 조속히 협의체에 복귀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