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고물가로 위협받는 서민경제를 살리기 위해 상반기 공공요금 동결 기조 유지 방침을 밝혔다. 난방비 폭탄으로 불거진 서민들의 원성이 자자해 정부로서도 불가피했을 것이다. 하지만 고통 분담 차원에서 나온 이동통신 3사의 무료 데이터 제공, 은행권의 취약계층 지원책은 생색내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중산층 난방비 지원책도 실효성이 크지 않아 보인다. 유감이다.
윤 대통령은 15일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하고 공공요금, 에너지요금, 통신비용, 금융비용 등 ‘4대 민생’ 분야의 지출 부담을 줄이겠다는 뜻을 밝혔다. 정부는 중산층 난방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에너지 캐시백’ 제도를 확대 적용하기로 했다. 전년 동기 대비 도시가스와 전기 사용량을 일정량 이상 줄이면 현금으로 돌려주는 현 제도의 지급 요건을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그 전에도 캐시백 제도가 있었으나 활용률이 높지 않았는데 요건을 완화한다고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절감액이 크지 않은 데다 가구에서 일일이 신청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어서다.
이동통신 3사가 내놓은 대책 역시 아쉽기는 마찬가지다. SK텔레콤·KT·LG유플러스는 3월 한 달 동안 만 19세 이상 가입자를 대상으로 일정량의 데이터를 무료로 제공한다. 하지만 3월만 유효한 조치라 실질적인 경감 효과가 작다. 고가의 요금제를 사용하는 소비자는 추가 데이터를 제공해도 다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 통신요금 체계는 소비자가 실제로 쓰는 데이터 양보다 비싼 요금제에 가입하도록 유도하는 기형적 구조다. 지난해 통신 3사의 합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8.6% 늘어난 4조3835억원이다. 최대 영업이익을 내고도 5G 요금제 개편에 소홀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무료 데이터 제공도 필요하지만 합리적인 요금제 개편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미사용 데이터를 다음 달로 이월하거나 요금을 한시적으로 깎아주는 대책도 요구된다.
‘돈 잔치’ 비난을 받아온 은행권은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며 향후 3년 동안 10조원 이상을 풀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10조원이라는 수치의 상당 부분이 보증 재원을 늘려 그 수십 배에 이르는 대출을 더 해주겠다는 것이라 부풀리기라는 말이 나온다. 그보다는 서민경제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대출금리 인하 조치가 시급하다. 금융과 통신은 공공재적 성격이 강하고 과점 형태를 유지하는 정부의 특허사업이다. 서민 가계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업계의 실효성 있는 동참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