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서울에서 100만원 이상 월세를 주고받는 소형빌라의 비중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대출금리 부담과 전세사기 우려로 전세보다 월세를 찾는 사람이 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부동산 정보 제공업체 경제만랩은 국토교통부의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월세 100만원 이상으로 거래된 전용면적 60㎡ 이하 서울 지역 빌라가 3018건으로 집계됐다고 15일 밝혔다. 전년 대비 78.3%(1325건) 늘어난 규모다. 국토부가 해당 통계를 파악하기 시작한 2011년 이후 가장 많다. 조사 첫해 325건이었던 이 거래건수는 2019년(844건)까지 1000건 아래였다가 2020년 1027건, 2021년 1693건에 이어 지난해 훌쩍 뛰었다.
서울 소형빌라의 전체 월세 거래는 2016년 2만7254건에서 2018년 2만5616건으로 줄었다가 2019년(2만7666건)부터 다시 늘어 2021년(3만6148건)과 지난해(4만3917건) 잇따라 앞자리가 바뀔 정도로 크게 증가했다. 2017~2019년 3%대였던 월세 100만원 이상 비중은 2021년 4.7%, 지난해 6.9%로 커졌다.
이런 월세값 상승세는 서울 소형빌라의 전세 거래가 2021년 7만2747건에서 지난해 6만7541건으로 7.2%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이 거래량은 2015년 3만6445건에서 매년 꾸준히 늘다 지난해 7년 만에 처음 줄었다. 황한솔 경제만랩 리서치연구원은 “전세사기 우려 때문에 목돈이 있어도 월세로 거주하는 게 안전하다는 인식이 생기고 있는 데다 전세자금대출 이자가 높아져 고액 월세 소형빌라가 늘어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서울 자치구별로 지난해 월세 100만원 이상 소형빌라 거래는 강남(791건)이 가장 많았다. 같은 강남권인 송파(458건), 서초(390건)가 뒤를 이었다. 이어 마포 166건, 광진 156건, 중랑 135건, 강동 97건, 용산 92건, 동작 88건, 강서 87건 등이었다. 월세가 가장 비싼 소형빌라는 강남구 역삼동 ‘우리엘’ 4층 전용면적 27.95㎡로 지난해 4월 보증금 800만원, 월세 450만원에 계약됐다. 같은 구에 있는 ‘청담범신칼릭스빌 3차’ 5층 전용면적 45.31㎡은 2월에 보증금 390만원, 월세 390만원으로 거래됐다. 서초구에선 ‘서초동 아크리움 2차’ 3층 52.74㎡가 지난해 12월 보증금 4000만원, 월세 350만원에 성사됐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