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료값 상승에 대기업 ‘반값빵’ 등장… 골목빵집은 ‘죽을 맛’

입력 2023-02-16 04:07
지난 8일 이마트 용산점에서 신세계푸드의 ‘반값 크루아상’을 판매하고 있다. 가격은 8개에 5980원으로 일반 크루아상 대비 약 50% 저렴한 수준이다. 신세계푸드 제공

빵 가격이 오르자 대형마트에 ‘반값빵’이 등장했다.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소형 빵집은 근심하지만, 대기업은 오히려 가격을 낮춰 모객의 기회를 엿보고 있다. 소비자는 싼값에 빵을 살 수 있다. 하지만 소형 빵집은 걱정만 가득하다.

신세계푸드는 계속되는 빵값 인상에 전국 이마트에서 ‘반값 크루아상’을 판매한다고 15일 밝혔다. 가격은 8개 기준 5980원으로 일반 빵집에서 판매하는 크루아상 가격의 절반 수준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에 빵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14.8% 올랐다. 주재료인 밀가루와 우유의 가격이 오르면서 완제품인 빵도 덩달아 비싸졌다. 밀가루 가격은 1년 만에 21.7% 올랐다. 서울우유협동조합은 지난해 우유제품 가격을 평균 6% 인상했고 남양유업과 매일유업은 각각 평균 8%, 9.6% 올렸다.

대형마트와 달리 빵을 팔아서 주된 수익을 얻는 일반 제빵점은 원재료값 상승에 맞춰 제품 값을 올릴 수밖에 없다. ‘전국 5대 빵집’으로 불리는 전북 군산의 이성당은 지난해 12월 단팥빵과 야채빵 가격을 각각 200원, 300원 올렸다. 대전의 성심당 역시 인기 제품인 튀김소보로 값을 1600원에서 1700원으로 조정했다.

소형 동네빵집의 고심은 더 깊다. 서울 동작구에서 빵집을 운영하는 정모씨는 “재료값이 올라서 가격 인상을 해야하는데 손님이 끊길까봐 고민만 하고있다”고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지난해 우유와 버터가 많이 들어가는 ‘맘모스빵’과 ‘모카빵’ 가격을 500원씩 올렸는데 손님들에게 ‘배가 불렀다’는 말까지 들었다. 주민들을 상대로 하는 장사라 더 민감하다”고 말했다. 평소에 빵을 즐겨먹는 박모(27)씨는 “빵값이 오르면서 점점 동네 빵집은 찾지 않게 된다”고 했다. 그는 “유명 카페나 빵집에선 가격을 생각하지 않고 빵을 담는데, 동네 빵집은 상대적으로 저렴해도 ‘비싸다’는 생각에 지갑을 닫게 된다”고 말했다.

대기업의 ‘반값빵’은 동네 빵집에 고민과 걱정을 안기지만, 소비자에겐 부담을 덜어주는 양면적 존재다. 주부 박모(52)씨는 “가끔 일반 빵집에서 빵을 사면 결제금액을 보고 깜짝깜짝 놀란다. 아이들 간식비를 감당하기 어려워 마트에 갈 때에나 빵을 대량으로 사둔다”고 말했다.

서울 관악구에서 빵집을 하는 A씨는 “마트에서 빵을 싸게 팔면 아무래도 손님들이 그쪽으로 갈 테니 더 힘들어지지 않겠냐”며 한탄했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마트의 베이커리 제품은 일반 빵집과 달리 ‘가성비’를 원하는 30~40대 주부나 가족을 표적으로 한다”며 “소비자들의 부담을 덜기 위해 합리적인 가격에 고품질의 빵을 꾸준히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구정하 기자 g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