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성경은 끊임없이 뮤지컬 장르와 결합해 왔다.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부터 ‘갓스펠’ ‘마리아 마리아’ ‘요셉과 어메이징 테크니컬 드림 코트’까지.
때때로 뮤지컬을 좋아하는 비기독교인들에게는 이 같은 결합이 반감을 일으키는 요소가 됐다. 기독교인들도 성경 스토리라는, 다소 까다로우면서도 예민한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낼지 미심쩍은 시선으로 지켜봤다. 그렇게 무대 위에 오른 성경 이야기는 모두가 공감하며 이해하는 이야기가 됐다.
여기 성경 속 이야기를 새롭게 무대에서 풀어내는 작품이 있다. 다음 달 5일부터 4월 2일까지 서울 강남구 광림아트센터에서 첫 공연에 나서는 창작 뮤지컬 ‘루쓰’다. 루쓰는 성경 속 가장 유명하고 아름다운 커플인 루쓰(룻)와 보아스의 사랑을 담고 있다.
아이돌 원더걸스의 리더에서 루쓰를 통해 배우가 된 선예는 이 작품을 위해 캐나다 생활을 정리하고 가족과 함께 한국에 정착했다. 연출과 배우라는 두 가지 역할을 맡은 김다현은 작품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하나님을 마음에 품게 됐다. 이지훈은 공연 준비와 함께 작정 기도를 시작했다.
이들의 신앙과 작품 이야기를 지난 16일 서울 성북구 서경대 연습실에서 만나 들었다. 선예는 정지아와 함께 주인공 루쓰, 김다현과 이지훈은 또 다른 주인공 보아스 역을 각각 맡았다.
인류의 보편적 감정 ‘사랑’을 노래하다
김다현은 “뮤지컬 루쓰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인 성경 속 룻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루쓰(룻) 이야기”라며 “‘사랑은 아름다워’라는 포스터 속 문구처럼 루쓰와 보아스의 남녀 간 사랑뿐 아니라 시어머니 나오미와 며느리 루쓰의 고부간 사랑 등 다양한 사랑 이야기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선예가 설명을 보탰다. “성경 속 루쓰와 뮤지컬 루쓰의 흐름은 비슷해요. 이방인에, 고아인 데다 과부인 불행한 여인 루쓰가 나오미를 통해 ‘이게 사랑이구나’라는 감정을 갖게 되고 베들레헴에서 보아스를 만나 사랑을 이룹니다. 그 여정을 뮤지컬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뮤지컬 루쓰만의 매력을 이야기할 때는 세 배우 모두 신이 난 듯 설명했다. 김다현은 “창작 뮤지컬이라는 게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 그러다 보니 큰 노력이 필요하고 고민도 많다”면서 “관객과 소통하기 위해 의미와 뜻을 담으려고 했다. 스토리는 빠르게 전개되고 음악은 가요인가 싶을 정도로 랩 힙합 팝 클래식 등 다양한 장르를 담았다”고 말했다.
이지훈은 재미를 강조했다. “루쓰는 관객 여러분들이 웃으면서 집으로 돌아가실 수 있을 정도로 재미있는 작품입니다. 극 중 루쓰는 감동과 눈물을 주는 인물인 동시에 웃음을 주는 매력적인 캐릭터예요.”
뮤지컬 루쓰 속 숨겨진 비밀도 살짝 공개했다. 선예는 “베들레헴에서 열리는 올림픽 ‘베들림픽’ 장면 등은 스태프의 연구와 고민 끝에 나온 것”이라며 “보는 내내 웃고 울다 갈 수 있는 작품”이라고 전했다.
창작 뮤지컬에 초연이라는 건 배우와 연출가 모두에게 부담이다. 선예와 이지훈은 배우인 동시에 연출까지 맡은 김다현의 수고를 이야기했다. 김다현은 “성경 속 인물을 표현하려다 보니 무게감과 책임감이 컸던 건 사실”이라며 “잘하려고 노력했다. 대본부터 무대 의상 조명 세트 배우까지 모든 걸 잘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했다.
비기독교인이던 김다현이 부담의 무게를 덜어낸 건 새벽기도다. 김다현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내가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다가 새벽기도를 나가기 시작했다”면서 “원래 다른 종교였는데 보아스 역할을 맡으면서 고민하고 캐릭터를 연구하다 보니 제가 보아스가 됐고 자연스럽게 새벽기도에 나가게 됐다”고 고백했다.
뮤지컬 루쓰가 성경을 모티브로 했지만 인간의 보편적 감정인 사랑을 이야기한다는 점에서 누구나 볼 수 있는 작품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김다현은 “각 인물을 통해 쟁취하는 사랑, 지키는 사랑, 행복을 바라는 사랑 등 다양한 형태의 사랑을 보여준 뒤 관객에게 ‘당신은 사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던진다”면서 “공연이 끝나고 집에 돌아갈 때 사랑하는 사람에게 전화 한번 할 수 있는 그런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함께 기도하다
뮤지컬 루쓰 출연진과 스태프는 매일 오전 10시 연습을 시작한다. 그때마다 하는 게 있다. 기도다. 선예는 “우연인지 배우나 스태프 중에서 기독교인들이 많다. 그러다 보니 같이 기도하고 교제도 한다”면서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자연스럽게 (그렇게) 됐다. 감사한 일”이라고 말했다.
연출가 입장에서 김다현은 누구보다 기도의 힘을 경험했다. 그는 “매일은 아니지만 시작하기 전 다 같이 모여 짧게 기도하는데 그럴 때면 뭔가 단합되는 느낌이 들고 우리 뒤에서 누군가 묵묵히 지켜주시는 듯하다”고 했다.
이처럼 기도는 믿음이 있는 배우는 물론 그렇지 않은 배우들에게도 선한 영향을 줬다. 이지훈은 “실제 기독교 신앙이 없던 친구 중 신앙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기도 모임에 참석했다”면서 “연습할 때 분위기도 다르다. 초연이면 모두 긴장해 삭막하기 마련인데 서로 마음을 나누고 기도하면서 연습하니 힘든 게 없다”고 덧붙였다.
배우 개인에게도 뮤지컬 루쓰는 남다르게 다가오고 있다. 아이돌 그룹에 있으면서 연예계에서 자신의 신앙을 드러내기 어려웠던 선예가 그랬다. 그의 신앙은 초등학교 입학할 때쯤 할머니 손을 잡고 교회에 나가면서 시작됐다. 선예는 네 살 때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강원도 속초의 반지하 집에서 할머니와 10년간 살았다.
“신앙생활을 계속 이어오기는 했지만 말씀이 마음으로 믿어지고 예수님을 인격적으로 만난 건 원더걸스 미국 활동을 시작한 이후에요. 아이돌 그룹 활동을 할 때는 개인의 신앙관을 드러내는 데 제약이 있었지만 지금 연예계에 복귀해 개인으로 활동하니 그런 제약으로부터 많이 자유롭게 됐습니다.”
그가 이번 뮤지컬 출연을 위해 캐나다 생활을 접고 한국에 온 이유도 명확했다. 성경 속 인물인 루쓰였기에 배우에 도전하는 용기를 낼 수 있었다. 연습의 모든 과정이 배우는 시간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선예는 “준비하는 모든 과정과 순간마다 하나님과 동행하는 연습을 하고 싶었다. 제 생각보다 크신 하나님을 경험하고 인도해 가심을 좇아가는 시간이 되길 기도하고 있다”면서 “무엇보다 많은 사람이 함께 작업한 만큼 서로서로 사랑하며 준비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모태신앙인 이지훈도 그동안 수많은 뮤지컬을 해왔지만 루쓰는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고 했다. 그는 “성경 이야기를 다루면서 애정과 애착이 남다르다. 하나님이 주시는 영감을 기대하면서 작정 기도도 하고 있다”고 했다.
공연을 앞두고 기독인 배우들의 바람은 무엇일까. 선예는 “작업하는 모든 것을 통해 하나님의 선하고 아름다운 것을 세상에 지혜롭게 전달하고 흘려보내고 싶다”고 강조했다.
기독교인은 물론 비기독교인도 공연장을 많이 찾았으면 하는 마음도 전했다. 이지훈은 “작품을 통해 사랑을 느꼈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하나님이 주시는 사랑이 이렇구나’를 느끼고 그렇게 발걸음이 교회로 이어진다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