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장에 들어서자 한쪽에는 맛깔스러운 음식이 식판마다 한가득 담겨져 있었다. 특이한 것은 식사가 시작되기 약 1시간 전쯤부터 이곳에 80여명의 시각장애인이 기다리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오전 11시50분쯤이 되자 ㈔생명을나누는사람들 상임이사인 조정진 목사가 장애인들 앞에 섰다. “오늘 메뉴가 끝내줍니다. 맛있게 드세요.”
15일 이런 행사가 열린 장소는 경기도 부천 해밀도서관 1층에 있는 시각장애인 쉼터였다. 행사를 주최한 곳은 생명을나누는사람들과 ㈔경기도시각장애인연합회 부천시지회(이하 부천시지회).
부천시지회는 20여년 전부터 매주 평일 시각장애인에게 무상으로 점심을 제공한 단체다. 그러나 코로나19 탓에 지난 3년간 행사를 열 수 없었다. 이 단체는 최근 코로나 확산세가 수그러들면서 무상 급식 행사를 재개하기로 했으나 이번엔 열악한 재정 상황이 발목을 잡았다. 정부 보조금만으로는 양질의 음식을 제공하기 힘들었다. 고민 끝에 이 단체가 도움을 청한 곳이 생명을나누는사람들이었다.
그렇게 두 단체는 이달부터 평일마다 시각장애인 무상 급식 행사를 함께하게 됐다. 매주 수요일엔 같은 장소에서 점심 식사가 끝난 뒤 예배도 드린다. 조 목사는 “쉼터에 올 수 없는 시각장애인을 상대로 도시락을 배달해주는 일도 하고 싶다”며 “앞으로 시각장애인을 섬기는 사역을 전국 규모로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천=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