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라는 말이 이토록 실감 났던 여름이 있었던가. 하루 최대 300㎜ 넘는 집중호우가 수도권 및 중부 지방을 덮치면서 수많은 인명·재산 피해를 낳았고, 슈퍼 태풍 힌남노가 경남 지역을 통과하면서 강풍·폭우 피해가 잇따랐다. 동시에 영농철 극심한 가뭄으로 농작물 피해도 심각한 기상천외한 여름이었다.
국제기후협약이 강화된 2020년 우리나라는 ‘2050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인간의 활동으로 대기 중 방출된 온실가스를 흡수·제거해 실질적인 탄소 배출량을 0으로 만들겠다는 것이 골자다. 에너지 생산에서 석탄의 퇴출을 요구하고, 산업계를 비롯한 전 생활반경에 탈탄소화를 촉구하는 것이다.
기후위기 적응과 온실가스 감축의 중심에는 ‘물’이 있다고 감히 주장해본다. 2021년 발표된 국가물관리기본계획에는 ‘기후위기 시대 국민 안전 물관리’라는 혁신 정책이 포함돼 있다. 재생에너지 생산과 탄소흡수원 조성, 물관리 에너지 효율화 등 물 산업도 탄소중립에 적극적으로 기여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실제로 해당 분야와 관련해 재빠르게 행동에 나선 물 산업 선도국들도 존재한다. 미국과 덴마크는 물 분야 탄소중립을 위해 서로 협력하겠다는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싱가포르는 ‘탄소제로 그랜드 챌린지’를 선언하며 재생에너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물 분야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저감하겠다고 밝혔다.
수자원의 탄소중립을 통해 자연 보호와 경제 발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움직임도 활발하다. 그중에서도 주목받고 있는 산업이 바로 ‘그린수소’다. 물의 전기분해를 통해 얻어지는 수소인 그린수소는 수력발전 등 재생에너지원을 통해 만들어질 수 있으며, 이후 산소와 반응해 깨끗한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실제로 천혜의 자연 경관으로 유명한 스위스는 라인강 수력발전소를 통해 그린수소 생산에 나섰으며, 이를 기점으로 ‘수소경제 밸류체인’을 강화해 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탄소중립을 향한 패러다임의 전환이 이뤄지는 가운데 충남도가 탄소중립경제 특별도를 선포했다. 이는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 배출에 대한 제재가 강화되는 환경 속에서 새로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시작이 될 것이다. 특히 이번 계획안에서 주요하게 바라본 ‘에너지 시스템의 전환’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물 산업의 영향력이 커질 것이라 예상한다.
그 과정에서 청년으로서 당부하고 싶은 것이 하나 있다. 물 그리고 자연은 결코 경제 발전의 수단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경제 발전에 몰두해 환경이라는 본질적인 가치가 퇴색되지 않도록 끊임없이 질문하고 고민해야 할 것이다. 탄소중립을 통한 경제 발전에 있어 우리가 진정으로 추구해야 할 목표는 무엇인가. 우리의 움직임이 생태계를 파괴하고 자연을 훼손하고 있지는 않은가. 이 같은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아가면서 다양한 분야가 고르게 성장하는 충남도가 되기를 바란다.
이혜정 기후변화청년단체 (GETK) 청년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