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5대銀 1.4조 역대급 ‘돈잔치’… 금융당국 성과급 정조준

입력 2023-02-15 04:08

금융당국이 역대급 이자수익으로 ‘돈잔치’를 벌인다는 비판을 받는 은행권에 칼을 댄다. 은행 정기검사를 강화하고 관련 법령을 정비하는 방안도 검토키로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은행권의 고금리 이자 장사 탓에 국민이 고통받고 있다”고 발언하자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올해 은행권 정기검사에서 현행법에 따라 성과급을 적정하게 지급하는지를 확인할 예정이다. 현행 금융사지배구조법 시행령 제17조는 “성과급 책정액의 40% 이상을 3년 이상 나눠 지급하라”고 명시하고 있는데 금감원은 은행권이 이를 제대로 준수하는지를 중점적으로 점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14일 임원회의에서 “은행권 성과평가 체계가 단기수익 지표에 편중되지 않고 건전성 등 중장기 지표를 충분히 고려하도록 미흡한 부분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이 금융사지배구조법 시행령에 있는 성과급 이연 지급제 대상이나 기간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할 가능성도 있다.

대통령실과 정부는 ‘은행은 공공재’라는 발언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은행이 민간 기업이기는 하지만 금융당국으로부터 사업권을 받아 과점 형태로 운영되는 만큼 사회적 책임이 크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윤 대통령은 전날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금융위는 은행권 돈잔치로 인해 위화감이 생기지 않도록 관련 대책을 마련하라”고 말했다.


실제로 대출자의 이자 부담은 최근 2년반 새 급격히 불어났다. 지난해 12월 은행권 신규 대출금리는 연 5.6%로 집계돼 2012년 3월(5.62%) 이후 약 10년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2021년 8월까지만 해도 0.5%였던 기준금리가 지난 1월 연 3.5%까지 껑충 뛴 결과다. 한국은행 조사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0.25% 포인트 상승할 때마다 대출자가 내야 하는 연 이자는 기존 대비 16만5000원 늘어난다. 최근 1년반 새 기준금리가 3% 포인트 상승했으니 각 대출자가 1년간 부담해야 하는 이자가 198만원 늘어났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런 부담을 덜기 위해 금융당국이 도입했던 예대금리차(예금과 대출 금리 간 차이) 공시 효과는 고작 4개월 이어지는 데 그쳤다. 금융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월별 예대금리차가 공시된 지난해 7월 은행권 평균 대출금리는 모형 추정치보다 연 0.2% 포인트 내려가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같은 해 11월에는 다시 모형 추정치보다 연 0.09% 포인트 높아졌다.

예대금리차 확대는 은행권의 사상 최대 실적으로 이어졌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 4대 금융지주는 지난해 이자 이익으로만 39조6800억원을 벌어들였다. 전년(34조7100억원) 대비 약 5조원 커졌다. 재작년 14조원이 넘는 당기순이익을 냈던 4대 금융지주는 지난해에도 16조원에 육박하는 순익을 기록했다.

역대급 실적을 거둔 은행권은 임직원 성과급으로 연간 조 단위 돈을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감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시중은행은 재작년 실적에 따른 지난해 임직원 성과급으로 1조3800억원을 썼다. 지난해 5대 시중은행 임원 1명당 평균 성과급은 KB국민은행 2억1600만원, 신한은행 1억7200만원, 하나은행 1억6300만원, 우리은행 1억400만원, NH농협은행 4800만원 순으로 높았다.

국회에서도 은행권이 과도한 성과급을 지급하지 못하도록 하는 입법 논의가 진행 중이다.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은행권이 예대금리차로 얼마를 벌어들이는지 금융위에 정기적으로 보고하도록 하는 은행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양정숙 무소속 의원도 은행권이 예대금리차 수익의 최대 0.3%를 서민금융진흥원에 출연해 정책 금융에 활용하도록 하는 법안을 내놨다.

김진욱 김지훈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