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고속도로 지하화 사업에 드는 비용이 서울시와 국토교통부 구간을 합쳐 5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 사업은 교통 체증이 심한 경부고속도로 지하에 고속화 도로 2개를 뚫어 왕복 6차로씩 12차로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경제적 타당성이 확보되지 않아 무리한 사업 계획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경부고속도로 지하화 사업은 국토부가 기흥~양재 구간(26.1㎞)을, 서울시가 양재~반포 구간(6.9㎞)을 추진하고 있다. 예상되는 사업비는 기흥~양재 구간 3조8435억원, 양재~반포 구간 1조3354억원으로 모두 5조1789억원으로 추산된다. 기흥~양재 구간은 지하 40m 이상 깊이의 대심도 지하도로를, 양재~반포 구간은 지하 20m 깊이의 중심도 지하도로를 뚫는다는 계획이다. 양재~고양 구간은 민자 사업으로 추진돼 최근 민자 적격성 조사를 통과했다.
하지만 양재~반포 구간 중심도 지하도로는 경제적 타당성이 낮다는 평가를 받았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홍기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4일 서울시에서 제출받은 ‘경부간선도로 기능 고도화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이 구간의 비용 대비 편익(B/C)은 0.71로 산정됐다. 비용보다 편익이 커야 경제성이 있다고 판단되는데, 이 값이 1보다 작으면 사업에 드는 비용이 편익보다 더 크다는 것을 뜻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B/C값만 따지면 지방 고속도로 같은 사업은 할 수 없다”며 “B/C값만 갖고 타당성 평가를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한국지방행정연구원(LIMAC) 타당성 조사와 서울시 투자 심사 등을 거쳐 2026년 착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하고속도로를 뚫는 데는 통상 ㎞당 1000억원가량이 든다. 다만 막대한 비용을 들여 지하고속도로를 만든다고 해도 서울을 오가는 교통량을 수용하기에는 부족하다는 평가가 있다. 현재 8~10차로인 경부고속도로 교통량을 분산시키기 위해 왕복 6차로인 지하고속도로를 뚫더라도 주변 도로 정체는 더 심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중심도와 대심도 지하고속도로와 양재IC를 잇는 진·출입로(램프)를 만들면 지금보다 혼잡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예상보다 더 큰 비용이 발생할 경우 재원 마련 부담도 불어난다. 서울시는 양재IC 등 지상 공간을 복합 개발해 얻는 수익으로 비용을 조달 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구체적 방안은 아직 논의되지 않은 상태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학과 교수는 “경부고속도로의 혼잡은 서울에 집중된 도시 구조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이런 불균형을 고치지 않고서는 서울과 연결된 도로의 교통 정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많은 차량이 유입되면서 연결된 서울 시내 간선도로는 더욱 심한 혼잡을 겪을 수 있다”며 “도로를 크게 뚫으면 당분간은 괜찮겠지만, 더 많은 사람이 더 많은 차량을 끌고 나오면서 교통량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세종=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