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흔을 넘긴 만학도 이상숙(92)씨가 국내 최고령 박사가 됐다. 성공회대학교는 이씨가 일반대학원 사회학과 박사과정을 마치고 오는 16일 학위수여식에서 박사학위를 받는다고 14일 밝혔다. 1931년생인 이씨는 2018년 성공회대 일반대학원 사회학과 석사과정에 입학했다. 1961년 숙명여대 가정학과를 졸업하고 57년 만이었다. 당시 나이 87세였다.
‘사회학 공부를 해보고 싶다’는 이씨의 말을 들은 딸의 손에 이끌려 온 대학원이었다. 여든을 훌쩍 넘긴 나이였지만, 공부에 대한 이씨의 열정은 남들 보다 뒤처지지 않았다. 2020년 89세의 나이에 석사학위를 받은 이씨는 계속해서 배움을 갈망했다. 석사학위를 취득하자마자 박사과정에 도전했고, 결국 3년 만인 올해 ‘인간 예수의 혁명적 순종이 갖는 정치 윤리와 레비나스의 케노시스론’ 논문으로 사회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국립서울모자원 수예 교사로 일하던 그는 1965년 완구제조수출회사를 설립해 30년 동안 운영했다. 1987~1993년 여성경제인협회장을, 1990~1996년 숙명여대 총동문회장을 역임했다. 대통령 표창과 석탑산업훈장도 수상했다.
이씨는 “기업과 사회단체에서 쉴 틈 없이 일하다 쉬고 싶어서 공부를 다시 시작했는데 공부하는 즐거움을 느껴버렸다”고 말했다. 이어 “박사학위 논문을 쓰면서도 따로 연구해보고 싶었던 내용이 너무 많아 떼어놨다. 이 내용을 바탕으로 책을 쓸 계획”이라며 졸업 후에도 연구 활동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학위수여식은 16일 오전 10시30분 성공회대 정보과학관 5층 존데일리홀에서 열린다. 이씨를 비롯해 학부생 250명과 대학원생 98명 등 모두 348명이 졸업한다.
성윤수 기자 tigri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