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 집행 코앞인데… 유가족 “분향소, 시청으로 통합”

입력 2023-02-15 00:03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14일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희생자 분향소 앞에서 희생자 영정사진을 끌어안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한형 기자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서울시의 분향소 철거 행정대집행을 하루 앞둔 14일 녹사평역 분향소를 서울시청 앞 분향소로 이전해 통합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15일 오후 1시를 시청분향소 행정대집행 시한으로 예고한 상황이라 양측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이종철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분향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녹사평 분향소를 정리하고, 시청분향소로 이전 및 통합해 시민들과 함께 온전한 추모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가족 측과 시민대책회의는 기자회견문에서 “우리는 159명 희생자를 온전히 추모하기 위해 세워진 서울광장 시민분향소를 굳건히 지키려 한다”며 “같은 참사 피해자이자 지금까지 유가족을 위로하고 지지해준 이태원 상인들에게도 감사와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고 했다. 장하림 이태원 상인 통합대책위원장은 “상생의 마음으로 이전·통합을 결단해줘 감사하다”고 말했다.

기자회견 이후 분향소에 놓여 있던 희생자 영정사진은 하나씩 유가족에게 반환됐다. 지난해 12월 14일 녹사평역 분향소가 설치된 지 2개월 만이다. 영정사진을 건네받은 한 유가족은 환하게 웃고 있는 딸 사진을 어루만지며 흐느꼈다.

유가족 측은 분향소 철거를 요구하는 서울시와 대화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이 대표는 “서울시에 아이들을 죽인 책임이 있다. 그런 사람과 더 대화하지 않고 윤석열 대통령과 대화하겠다. 윤 대통령은 면담 요청을 받아들여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서울시 관계자는 “현재 서울광장에 설치된 시설물은 반드시 철거해야 한다. 시민이 동의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15일 오전까지 서울시와 직접 소통 가능한 길을 열어 달라”고 했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