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집회서 ‘윤석열에 활쏘기’… 혐오 퍼뜨리는 저급한 선동

입력 2023-02-15 04:05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얼굴을 과녁 삼아 ‘활 쏘기’를 하는 이벤트가 진행되고 있다. 윤 의원은 “도를 넘었다”고 지적했다. 윤 의원 페이스북 캡처

촛불행동이란 단체가 지난 주말 서울 도심 집회에서 활쏘기 이벤트를 열었다.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얼굴 사진을 인형에 붙여놓고 사람들에게 그것을 과녁 삼아 장난감 활을 쏘도록 했다. 과녁 뒤편에는 ‘난방비 폭탄, 전쟁 위기, 깡패 정치, 친일 매국 윤석열에 활쏘기’란 현수막을 걸었다. 초등학생까지 참여시켰다. 주최 측이 인터넷에 올린 사진에는 윤 대통령 얼굴을 겨누는 어린이, 인형이 쓰러지자 환호하는 아이의 모습이 담겼다. 한 성인 참가자는 신발을 벗어들고 윤 대통령 사진이 붙은 인형을 가격하기도 했다. 이 이벤트는 10년 전 북한이 공개한 군사 훈련 장면을 연상케 했다. 북한 병사들은 김관진 당시 국방부 장관의 얼굴 사진을 표적지에 붙여놓고 사격훈련을 하고 있었다.

촛불행동은 “민주사회에서 충분히 가능한 풍자 퍼포먼스”라고 주장했다. 민주주주는 의사 표현의 자유가 있으니 뭐든 해도 괜찮다는 유치한 발상이 이벤트의 배경에 있었던 모양인데, 이것은 오히려 민주사회여서 결코 용납될 수 없는 혐오 조장 행위였다. 북한이 김관진 표적지로 사격훈련을 시킨 의도는 병사들에게 ‘남한=적’이란 인식과 적에 대한 증오를 심어주려는 것이었다. ‘윤석열에 활쏘기’ 역시 활을 쥔 이들에게 사진 속 인물은 당신의 적이니 그를 증오하라고 부추기는 의도가 노골적으로 담겨 있다. 그런 행위를 공공장소에서, 일반 시민을 상대로, 심지어 아이들을 참여시켜 벌인 것은 보호돼야 할 표현의 자유가 아니라 비난받아야 할 저급한 비방과 선동에 불과하다.

민주사회를 지탱하는 대전제는 구성원의 생각이 서로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하고 다른 생각을 존중하는 것이다. 정치적 입장과 진영이 다르다는 이유로 상대를 악마화해 혐오를 퍼뜨리는 것은 민주사회의 존립을 위태롭게 만든다. 저 이벤트를 벌인 이들은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모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