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양국 외교 차관이 미국에서 일제 강점기 강제동원 배상 문제 해결을 위한 접점 찾기 논의를 이어갔다. 양국은 예정된 시간보다 90분 더 회담을 연장하며 돌파구 마련에 집중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현동 외교부 1차관과 모리 다케오(森健良)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은 13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린 한·미·일 외교차관 협의회가 끝난 뒤 한 호텔로 이동해 양자 회담을 진행했다. 오후 4시 시작된 회담은 오후 6시28분까지 148분가량 진행됐다. 양국은 회담 일정을 약 90분 더 늘려가며 이견을 조율했다.
외교부는 회동 후 보도자료를 내고 “양 차관은 강제징용 문제를 포함한 한·일 양국 간 주요 현안 및 상호 관심사에 대해 심도있는 의견을 교환했다”고 설명했다. 또 “양 정상 간 합의에 따라 조속한 현안 해결 및 관계 개선을 위해 외교 당국 간 긴밀한 협의를 가속해가고 있음을 평가하고, 앞으로도 다양한 레벨에서 긴밀한 소통을 지속해나가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회담은 강제동원 배상문제 협상의 핵심 쟁점인 제3자 변제와 일본의 ‘성의 있는 호응’ 문제에 집중됐다. 조 차관은 회담 후 접점을 찾았느냐는 질문을 받고 “아직 노력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회의가 길어진 이유에 대해 “나쁜 것은 아니지만, 논의가 길어졌다는 건 결론에 이르지는 못했다는 이야기도 된다”며 “협의를 더 해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조 차관은 일본 기업의 배상기금 참여 문제가 최대 쟁점이었느냐는 질문에 “어떤 특정한 사안에 관해 설명해 드리기는 곤란하다. 우리뿐 아니라 일본 측도 동향에 대해 굉장히 민감해하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이날 회담은 오는 17일부터 독일에서 열리는 뮌헨안보회의(MSC)를 계기로 양국 외교수장 간 회담을 앞두고 세부 사항을 조율하기 위한 차원이었다. 조 차관은 고위급 추가 협의 계획에 대해 “아는 바와 같이 뮌헨에서 한국 외교부 장관이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을) 만날 가능성은 있다”며 “다음 일정은 (그것을) 보고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교도통신도 하야시 외무상이 박진 외교부 장관과 18일 만나 징용 배상 문제 해법을 위해 협의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한국은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제3자인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 재원으로 배상받는 방안을 제시했다. 대신 일본 피고 기업이 일부 기금 조성에 참여하고, 일본 정부가 진정성 있는 사과에 나서는 등의 호응을 요구했다.
한편 한국은 이날 회담에서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 계획에 대한 우려도 전달했다. 조 차관은 “국내 우려, 우리가 제시하는 여러 과학적인 문제점을 다 지적했다”며 “그것을 해소하기 위해 일본이 더 노력해 달라는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이에 모리 차관은 “국제적 우려를 감안해 일본 측도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고 조 차관이 전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