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 업체가 전기차를 중심에 놓고 대대적으로 체질을 개선하고 있지만, 정작 소비자는 하이브리드차량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차의 충전 인프라 부족을 극복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거란 인식이 발목을 잡는다. 대부분 완성차 업체의 100% 전동화 전환 선언에 따른 ‘하이브리드차량 소멸’을 아쉬워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14일 한국 딜로이트 그룹이 발표한 ‘2023 글로벌 자동차 소비자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대부분 국가에서 하이브리드차량 선호도는 전기차보다 배 이상 높다. 지난해 9~10월에 24개국 2만60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다. ‘다음 차량 구매 시 어떤 동력장치 차량을 선호하는가’는 질문에 일본 응답자의 48%가 하이브리드차를 꼽았다. 전기차를 고른 응답자(13%)의 3배를 넘는다. 도요타나 혼다 등 일본 완성차 업체가 하이브리드차에 강한 반면 전기차 전환에는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한국도 하이브리드차 선호도(40%)가 전기차(17%)보다 배 이상 높다. 인도 동남아시아 미국 독일 등에서도 하이브리드차의 존재감이 전기차를 압도했다. 보고서는 “대부분 국가에서 하이브리드차 선호도가 전기차보다 평균 2.6배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설명했다. 전기차 선호도가 더 높은 국가는 ‘전기차 굴기’에 사활을 걸고 있는 중국뿐이다.
소비자들이 전기차를 꺼리는 이유는 뭘까. 가장 큰 걸림돌은 충전 인프라다. 부족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게 쉽지 않다는 인식이 자리한다. 대부분 응답자는 가장 자주 충전할 장소로 ‘집’을 지목했다. 미국(77%) 독일(75%) 일본(72%)은 70% 이상이 그렇게 대답했다. 보고서는 “인구 밀도가 높은 대도시에서 가정마다 전기차 충전기를 구비하는 게 가능할지는 여전히 의문”이라고 진단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친환경차 전환 과정에서 하이브리드차는 충전 스트레스가 덜하다는 게 큰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소비자들은 친환경차를 살 때 전기차 대신 하이브리드차를 선택하고 있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에서 전기차 판매량은 16만4482대다. 전년 대비 63.8% 증가해 하이브리드차 증가율(14.3%)을 압도한다. 하지만 판매 대수를 따지면 하이브리드차(21만1304대)가 전기차보다 4만6822대 많다.
주요 국가는 오는 2035년을 전후로 전기차만 남기고 다른 동력장치 차량의 판매를 금지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다만 반대 목소리도 높다.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완성차 업체가 내연기관차를 포기하면 다른 자동차 제조사가 그 자리를 차지한다는 크리스티안 린드너 독일 재무장관의 발언은 현실화할 가능성이 크다. 전기차를 원치 않는 소비자가 수두룩한 상황에서 강제로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도요타는 오는 21일 한국에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라브4 플러그인하이브리드를 출시한다. 올해 첫 신차로 하이브리드차를 선택했다. 도요타코리아는 올해 크라운 크로스오버, 하이랜더, 뉴 프리우스, 알파드 등 하이브리드 모델을 잇달아 내놓을 예정이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