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구의 청소부서에서 인공지능(AI) 로봇 ‘쓰샘’을 공원에 시범 설치하고 싶다기에 양천공원 등 5개 공원을 추천했다. 쓰샘은 서울시가 ‘테스트베드 실증사업’으로 선정·지원하는 혁신 제품인데, 빈 페트병을 넣으면 선별 압축해 수거하는 기계로 포인트를 적립해 음료 쿠폰이나 쓰레기봉투, 기부 등으로 돌려준다. 양천구 공원에서만 1년이면 75ℓ 종량제봉투 3만1000장과 같은 용량의 플라스틱 재활용마대 1만7000장을 소비한다. 플라스틱만 하루 47장분 3500ℓ이니 45㎏ 정도이고, 15g인 500㎖ 생수병으로 환산하면 매일 3000개씩 버려지는 셈이다.
예상했다시피 코로나19로 플라스틱 쓰레기 배출량이 크게 늘었다. 집콕하면서 배달 의존도가 높아졌기 때문. 한 사람이 매일 발생시킨 플라스틱 쓰레기가 2016년 110g에서 2020년 236g으로 2.14배 늘었고, 연간으로 따져도 88㎏으로 미국과 영국에 이은 세계 3위다. 공동주택은 세대별로 월마다 18㎏이 배출돼 3000세대 아파트마다 50t의 폐플라스틱이 수거된다.
공원에선 자연물도 쓰레기다. 숲에 쓰러진 나무나 나뭇가지는 생태적 역할도 커 그냥 두고 싶지만 민원 때문에 일부는 자르고 들어내 폐기물로 처리한다. 전국적으로 매년 가을 떨어지는 30만t의 낙엽도 문제다. 쓰레기가 섞이지 않도록 모아 퇴비화하면 좋으련만, 대부분 종량제봉투에 담겨 소각장으로 직행한다. 비용과 효율이 합쳐져 비효율을 낳는 셈.
희망도 있다. 산과 강과 공원에서 쓰레기를 줍는 노력이 커지면서 플로깅, 줍깅, 쓰담, 클린마운틴, 클린리버까지 용어도 다채롭게 확장된다. 재활용을 넘어 업사이클도 붐이라 플라스틱 쓰레기로 만든 화분이나 벤치를 공원과 거리에 도입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제로웨이스트를 향한 노력으로 쓰레기를 줄이고, 가치 소비를 뜻하는 ‘미닝아웃(Meaning Out)’ 트렌드로 ESG 경영도 견인하자. 결국 쓰레기 더미에서 희망의 꽃을 피우는 건 우리 몫이다.
온수진 양천구 공원녹지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