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태 금고지기 구속… 대북사업·방북 비용 밝혀질까

입력 2023-02-14 04:06
지난달 17일 귀국한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 공항사진기자단

쌍방울그룹 비리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김성태 전 회장의 ‘금고지기’로 불리는 전 재경총괄본부장 김모(51)씨를 구속하고 수백억원대 횡령액의 행방을 추적하고 있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이 빼돌린 회삿돈 중 용처가 불분명한 금액이 2019년 경기도 대북사업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방북 비용 대납 등에 쓰였는지 의심하고 추적 중이다. 쌍방울 사세 확장을 위한 정치권·법조계 로비 자금으로 사용됐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김영남)는 쌍방울 실소유주인 김 전 회장과 양선길 현 회장, 방모 부회장과 함께 그룹 자금을 관리한 김씨 신병을 차례로 확보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들 4인은 검찰 수사가 임박하자 해외로 도피했다가 최근 차례로 송환됐다.

검찰은 이 대표 변호사비 대납 의혹, 경기도 대북사업 비용 대납 의혹 등 쌍방울 관련 수사의 퍼즐을 맞출 인물로 김씨를 주목하고 있다. 검찰이 김 전 회장의 횡령 규모로 특정한 약 590억원 중 100억원 이상이 복잡한 ‘세탁’ 과정을 거쳐 용처가 불분명한 상태인데, 그룹 자금 흐름을 꿰뚫고 있는 김씨가 길잡이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수원지법 김경록 영장전담 판사는 13일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증거 인멸 및 도주의 우려가 있다”며 김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앞서 김 전 회장은 김씨에게 “귀국해서 솔직하게 증언하라”는 취지의 지시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회장도 지난달 태국에서 체포될 당시 “이 대표는 전혀 모른다” 등으로 의혹을 전면 부인했으나, 최근 검찰 조사에선 심경 변화를 보이며 유의미한 진술을 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김 전 회장은 북한 황해도 스마트팜 사업비 대납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로부터 먼저 요구받은 사안이라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 대표와 여러 차례 전화통화한 적이 있다고도 진술했다고 한다.

검찰은 쌍방울 관계자 진술을 토대로 경기도 대북사업과 방북 비용 대납 의혹 관련해 이 전 부지사와 당시 경기도 관계자들에 대한 보강 조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 수사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 검찰은 쌍방울의 전환사채(CB) 편법 발행과 유통, 페이퍼컴퍼니를 통한 횡령 및 자금 세탁 정황을 포착하고 이 부분에 수사력을 집중하는 중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쌍방울 의혹이 이 대표까지 연결될 수 있을지는 향후 수사에서 검찰이 얼마나 디테일한 증거를 확보하느냐에 달렸다”고 말했다.

조민아 신지호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