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 이익 고려” 목청 커진 개미들… 상법 개정안 통과할까

입력 2023-02-14 04:06

최근 주주행동주의가 활발해지면서 상법상 기업 이사회의 의무에 ‘주주를 위해 직무를 충실하게 이행해야 한다’는 내용을 포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사에 충실하도록 한 의무가 주주의 이익을 침해하는 것을 차단하자는 취지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는 1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 전원에게 상법상 이사의 충실의무(382조의3) 개정에 동참해달라는 내용의 서한을 발송했다. 현행 상법은 이사의 충실의무를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에 회사뿐 아니라 주주에 대한 충실 의무를 추가해달라는 게 개정안의 내용이다. 이 조항은 ‘이사는 법령과 정관의 규정에 따라 회사를 위하여 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한투연은 서한에서 “참여연대, 경제개혁연대,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금융정의연대 등과 협력해 공동 대응할 것”이라며 “올해 국회에서 법안 통과가 불발되면 하반기 이후 반대 또는 중립 의원에 대한 낙선 운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물적분할 등 자본거래 과정에서 이사의 행위는 회사에 아무런 영향이 없지만 주주 사이에서 부의 이전을 가져온다. 이로 인해 특정 주주에게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이사는 회사에 충실했기 때문에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다. 이 경우 일반주주에 대한 피해 구제는 사실상 불가능했다. 한투연은 이런 부작용을 해결하자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용우·박주민 의원이 발의한 상법 개정안에도 이런 내용이 담겼다. 이 의원은 지난해 3월 발의한 개정안에서 이사가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고려해야 한다고 봤다. 박 의원은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으로 회사뿐 아니라 ‘총주주’를 명시했다.

해외에도 주주의 이익을 고려하는 사례는 종종 있다. 2006년 영국은 회사법에 ‘전체 주주로서의 주주의 이익을 위하여’라는 문구를 추가했다. 각국 회사법의 모범으로 자리잡은 미국 델라웨어주 회사법에는 “회사 또는 회사의 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의무(duty of loyalty)를 위반했을 때는 이사의 책임을 감면해주지 않는다”는 문구가 있다. 이상훈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달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상법 개정 토론회’에서 “미국은 물적분할 때 신주인수권을 기존 주주에게 주라는 등의 시시콜콜한 규정을 갖고 있지 않다”며 “이사의 충실의무에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넣으면 해결될 일”이라고 설명했다. 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 의무가 있다면 물적분할 시 모회사 주주에게 신주인수권을 주거나, 주식양수도 시 의무공개매수제도를 도입하는 등 정부의 개별 정책이 필요없다는 것이다.

반면 이미 주주 보호 수단이 있어 상법 개정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국상장사협의회 관계자는 “현행법 체계와 대법원 판례를 고려했을 때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지배주주와 소수주주의 이해충돌하는 상황에서 손해배상청구 등 보호 장치가 이미 마련돼 있지만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