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50가구 이상 관리비 공개 의무를 담은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 중이지만 다세대·다가구 주택은 여전히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아파트 같은 공동주택은 관리비가 체계적으로 관리되지만 가구 수가 적은 ‘비(非)아파트’는 월세를 관리비에 전가하는 등의 잘못된 관행이 개선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주택임대차보호법에 관리비 부과 기준을 마련해 관리비를 제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세대·다가구 등 소규모 주택 임대인들은 전월세신고제 회피, 임대소득액 축소 신고, 상생임대인 혜택 등 크게 세 가지 이유로 월세를 관리비에 전가하는 행태를 보인다. 보증금 6000만원 또는 월세 30만원을 초과하는 임대차 거래는 지방자치단체에 신고해야 하는데, 이를 피하려는 집주인들이 월세 대신 관리비를 올리는 것이다. 이 때문에 부동산 중개 플랫폼에는 월세 27만원에 관리비를 105만원 받는 등 비정상적인 매물이 올라오기도 한다.
임대소득액을 축소 신고해 임대인이 본인의 건강보험료 부담을 줄이려는 ‘꼼수’도 있다. 임대료를 직전 계약 대비 5% 이내로 인상해 2년간 계약을 유지하는 임대인에게 양도세 비과세 등의 세금 혜택을 주는 상생임대인 혜택을 받기 위해 월세 대신 관리비를 올리기도 한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관리비 개선 방안을 발표하고 관리비 의무 공개 대상을 현재 100가구 이상에서 50가구 이상 공동주택으로 늘렸다. 또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K-apt)에 관리비를 공개해야 하는 대상도 150가구 이상에서 100가구 이상으로 확대했다. 해당 시행령은 입법예고를 마쳤고 국무회의 등 절차를 거쳐 다음 달 중 시행될 예정이다.
하지만 소규모 주택 관리비는 여전히 제도적 공백 상태다. 13일 윤성진 국토연구원 부연구위원에 따르면 약 429만6000가구가 관리비 규제를 받지 않고 있다. 특히 단독·다가구 주택에 사는 임차인이 내는 관리비는 집주인보다 10.7배 더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동주택관리법으로 관리되는 아파트가 1.1배인 데 비해 지나치게 비싼 관리비를 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소규모 주택 임대인에게도 관리비 공개 의무를 강화하는 것은 임대인에게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의견을 내며 법 개정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다세대·다가구주택에 관리비 공개 의무를 강화하는 내용의 민간임대주택법 개정안에 대해 국토교통부는 “소규모 주택의 임대인에게까지 공동주택관리법상 의무관리대상 공동주택과 마찬가지로 관리비 공개 의무를 강화하는 것은 임대인에게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윤 부연구위원은 “비아파트 세입자는 상대적으로 저소득계층으로 정책적 보호가 필요하다”며 “주택임대차보호법에 관리비 규정을 신설해 주택 임대차에 적용하는 관리비 부과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