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호주와 뉴질랜드에 우리 소유의 대사관 청사와 관저를 확보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재외공관을 임차하지 않고 매입·신축하는 ‘재외공관 국유화 사업’의 일환이다. 매년 임차료 명목으로 수천억원의 혈세가 투입되는 것을 절감하기 위한 조치지만, 호화 청사 논란을 최소화할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13일 정부에 따르면 외교부와 기재부 관계자들은 최근 호주와 뉴질랜드를 방문했다. 호주는 대사관 청사와 관저, 뉴질랜드는 청사 부지 등을 매입하기 위한 사전조사 차원이다. 정부 관계자는 “국유화에 필요한 현지 상황 등을 점검했다”고 말했다. 외교부가 건물이나 땅 구매 계획을 확정하면 기획재정부가 예산 등을 집행하게 된다.
정부는 재외공관 시설 개선과 국가 위상에 맞는 외교활동 기반 조성을 목적으로 1974년부터 재외공관 국유화 사업을 진행해왔다. 가장 큰 이유는 임차료 부담이다. 해외 건물을 빌려서 대사관저나 청사로 쓰다보니 매년 1000억원이 넘는 세금이 낭비되고 있다. 외교부에 따르면 2021년 재외공관 임차료는 9368만 달러(1180억원)에 달했다. 그해 뉴욕 총영사관은 청사와 직원 주택 임차료로 약 374만 달러(47억원)을 지출했다.
그럼에도 현지 사정 탓에 334개 해외 청사·관저 가운데 국유화가 된 곳은 지난해 9월 기준 177개(53%)에 그쳤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호주와 뉴질랜드를 중심으로 올해 첫 국유화 사업 추진에 나선 것이다. 기재부는 이번 출장을 계기로 오랜 숙원이었던 호주 재정경제금융관(재경관) 신설도 검토하고 있다. 재경관은 주재국 정부와 금융 협력 업무 등을 수행하는데, 현재 14개국 18개 공관에 파견중이다. 모두 기재부 직원들이다.
예산 절감을 위해 재외공관 국유화는 필요하지만, 정부가 공관 매입 과정에서 돈을 허투루 쓰지 않도록 하는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주중 대사관은 2019년 12월 대사관저로 쓰겠다며 베이징의 445.86㎡(약 135평)짜리 아파트를 95억원에 사들였다. 기존에 공사들이 관저로 쓰던 건물보다 2배 이상 컸다. 인테리어 공사 비용에만 24억7800만원이 쓰였다.
주프랑스 대사관은 파리 근교에 이미 정부 소유의 관저가 있었지만 ‘테러 및 보안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2021년 파리 도심에 수영장·사우나를 갖춘 4층 건물을 494억원을 들여 구입했다. 기존 건물은 주유네스코대표부 관저로 활용해 감사원의 지적을 받았다.
세종=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