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물 부족 겪는 광주에서 수돗물 6만t 도로에 버려졌다

입력 2023-02-14 04:01
광주 덕남정수장에서 12일 밸브 고장으로 수돗물이 도로로 넘쳐흐르고 있다. 연합뉴스

50년 만의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는 광주에서 한 정수장 밸브가 고장나 수돗물이 인근 도로로 배출되면서 하루 사이 5만7000여t의 금싸라기 물이 낭비됐다. 또 10만여명의 시민들이 일상생활에 큰 불편을 겪었다.

13일 광주시상수도사업본부에 따르면 지난 12일 오전 3시30분쯤 광주 남구 행암동 덕남정수장에서 소독·살균을 거쳐 정수한 물을 배수지로 보내는 지름 1.8m 크기의 유출밸브가 갑자기 닫혔다.

이에 따라 배수지로 빠져나가지 못한 많은 양의 물이 몇 시간 동안 폭포수처럼 인근 도로에 흘러내려 한동안 정수장 인근의 차량통행이 제한됐다. 최악의 물 부족 속에서 아까운 물이 버려진 셈이다.

시는 유출밸브 수리가 어렵자 밸브 해체 작업을 했다. 이 과정에서 단수 시점으로 정한 12일 오후 1시를 불과 한 시간여 앞두고 비상 단수조치 예고 문자메시지를 발송했다. 시는 12일 오후 6시 20분쯤 수리작업을 마쳤다.

시는 13일 0시를 전후해 각 가정에 수돗물 공급이 재개될 때까지 광산구와 남구 2만8000세대 10만여명이 단수피해를 입은 것으로 집계했다.

대형 저수조를 보유한 아파트 주민들의 피해는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으나 단독주택에서는 물이 끊겨 화장실 사용은 물론 설거지조차 못하는 사례가 속출했다. 수도꼭지에서 흙탕물이 나오는 경우가 적지 않았고 식수가 필수적인 식당, 카페, 미용실 등에서는 예약을 취소하거나 영업을 중단하고 손님을 받지 않기도 했다.

시는 배수지로 가지 못하게 된 물이 도로 위에 넘치면서 3만7000t, 송·배수관 이물질 제거작업을 하는 데 2만t 등 5만7000여t의 아까운 물을 허비한 것으로 집계됐다. 시는 피해보상심의회를 통해 단수 피해가 발생한 업소 등에 보상 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사상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는 광주 시민들은 “제한급수를 하지 않으려면 절수하라고 빚쟁이처럼 독촉하더니 정작 정수장 관리를 제대로 못해 소중한 물을 낭비하느냐”고 비판했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시민들을 허탈하게 만든 사고가 발생해 안타깝다. 피해업소 등에는 법과 절차에 따라 응당한 보상조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