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김건희 특검, 지금 논할 단계 아냐”… 스텝 꼬인 민주당

입력 2023-02-13 04:04
더불어민주당 김원이 안민석 김두관 이수진 의원(왼쪽부터)이 지난 8일 국회 로텐더홀에서 ‘김건희 특검법’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파면을 촉구하는 농성을 벌이고 있다. 민주당 일부 의원은 지난 1일부터 국회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소추안에 이어 ‘김건희 특검법’ 처리에 당력을 집중하던 더불어민주당이 정의당에 허를 찔렸다. 당연히 자신들에게 협조할 것으로 여겼던 정의당의 ‘급제동’에 스텝이 꼬여버린 민주당에서는 당혹감이 감지된다.

정의당은 민주당이 이달 내 처리를 공언한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지금은 논의할 단계가 아니라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고 12일 밝혔다. 대신, 정의당은 ‘대장동 개발 50억 클럽’ 비리 의혹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법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대한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면서 ‘김건희 특검법’을 오는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할 방침이었다. 이를 위해서는 재적 의원 5분의 3인 180명의 찬성이 필요한데, 정의당이 신중론을 밝힘에 따라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현재 의원 수 169명인 민주당 입장에서는 정의당(6명)과 기본소득당(1명), 민주당 성향의 무소속 의원들(5명)의 지지를 끌어모아야 할 형편이다.

이런 상황에서 김희서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패스트트랙 일정은 민주당이 하는 일정이라 딱히 고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의당은 민주당이 ‘김건희 특검법’을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 돌파를 위한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는 인식도 드러냈다. 정의당 핵심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대장동 특검과 김건희 특검을 동시에 추진하면 ‘대장동 50억 클럽’ 문제가 묻힐 가능성이 더 크지 않나”라며 “민주당이 김건희 특검법을 패스트트랙에 태우는 것이 결국은 사법 리스크를 덮기 위한 것 아니냐는 국민적 의구심도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정의당을 설득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상당히 당황한 모습이다. 조정식 사무총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정의당 역시 특검 자체에 반대하는 건 아닌 것으로 안다”며 “앞으로 정의당과 협의하며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저녁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김건희 특검법’ 추진 의지를 재확인했다. 이 대표는 회의에서 “대장동 특검과 김건희 특검 모두 처리해야 하는 만큼 원내 지도부를 중심으로 노력해달라”는 취지로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친명(친이재명)계에선 정의당 비판이 쏟아졌다. 한 친명계 의원은 “정의당이 ‘노란봉투법’ 처리 등을 놓고 거래를 하고 싶어하는 것 같은데, 김 여사 수사에 대한 국민적 분노를 생각하면 잘못 짚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정의당 관계자는 “김건희 특검법과 노란봉투법의 연계는 고려해본 적도 없다”며 “이 같은 발상은 정의당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김 여사 의혹은 판결로 명쾌히 설명됐다”며 “민주당의 특검 주장은 정치공세”라고 비판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김건희 특검’ 요구를 “이판사판 특검, 생떼 특검”이라고 비난했다.

최승욱 문동성 이상헌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