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경기도의 북한 스마트팜 사업비 등을 대납했다는 내용을 공소장에 넣으면서 ‘경기도 관계자’를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구속 기소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아닌 제3자를 가리키는 것으로, 당시 도지사였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북 송금에 관여됐을 가능성을 검찰이 집중 수사 중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12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검찰은 2018~2019년 김 전 회장이 경기도 대북 사업을 총괄하던 이 전 부지사와 지속적인 상의 아래 대북 송금을 실행했다는 내용을 공소장에 담았다. 김 전 회장은 2019년 황해도 스마트팜 사업비로 총 500만 달러, 이 대표의 방북 비용 명목으로 300만 달러를 북한에 대신 지급한 의혹을 받는다. 해당 비용은 김 전 회장 개인 돈이 아닌 쌍방울의 회삿돈으로 대납된 것으로 검찰은 본다.
검찰은 스마트팜 사업비의 경우 이 대표 측근인 이 전 부지사가 김 전 회장에게 먼저 대납을 요구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 전 부지사는 2018년 10월 방북 당시 김성혜 북한 통일전선부 통일전선책략실장을 만나 스마트팜 사업을 논의하고 그에 따르는 비용 지급을 약속한 정황이 포착됐다. 그러나 당시 경기도 남북교류협력기금으로 스마트팜 사업 비용을 대려던 계획은 유엔 대북제재와 지방의회 반대로 난항을 겪었다.
이에 김 전 회장이 이 전 부지사의 요청에 따라 2019년 1월에 200만 달러, 같은 해 4월 300만 달러를 대납했다. 김 전 회장은 대납 이유에 대해 “쌍방울 대북사업 관련 경기도의 지원을 받는 한편 경기도가 추진하는 사업에 참여할 기회를 얻기 위해서”라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회장은 2019년 7월 필리핀에서 열린 국제대회에서 북측 인사로부터 “이재명 (당시) 지사의 방북을 성사시키려면 비용이 필요하다”는 제안을 받고, 이 전 부지사와 상의한 뒤 그해 11~12월 쌍방울 임직원 수십명을 동원해 300만 달러를 밀반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경기도의 스마트팜 사업과 이 대표의 방북 추진이 차기 대권 출마를 준비하던 이 대표의 정치적 이익을 위한 일련의 과정이 아니었는지 의심한다. 쟁점은 이 대표가 쌍방울의 대납 사실을 보고받거나 인지했는지 여부다. 검찰은 다만 공소장에 이 대표의 공모 여부를 명시적으로 적시하지는 않았다.
검찰은 지난 11일 국내로 송환된 쌍방울 전 재경총괄본부장 김모씨를 상대로 쌍방울의 자금 흐름 전반을 조사하고 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