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효’는 남고 ‘전주’는 무죄… 檢, 김건희 여사 수사 고심

입력 2023-02-13 00:05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달 14일(현지시간) 아부다비 한 호텔에서 열린 동포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대한 1심 판결은 아직 검찰 조사를 받지 않은 김건희 여사에게 유불리한 측면을 각각 담고 있다. 자금을 제공한 ‘전주(錢主)’의 무죄는 유리하게, 주가조작 피고인들의 공소시효가 일부 살아있다는 판단은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정치권이 이를 두고 각자의 해석으로 맞붙는 상황에서 검찰은 수사 방향에 대해 고심 중이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재판장 조병구)는 지난 10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면서 당시 범행을 크게 2단계로 나눴다. 1단계는 2009년 12월~2010년 10월 ‘주포’ 이모씨 관여 시기다. 이씨는 김 여사 계좌를 관리한 인물이다. 김 여사 측은 이씨가 계속 손실을 봐 2010년 5월 주식을 별도 계좌로 옮긴 뒤 절연했다고 설명한다.

재판부는 이 1단계 시기 범행은 공소시효가 만료됐다고 봤다. 해당 부분에 대해선 김 여사 조사 필요성이 사실상 사라진 셈이다.

김 여사는 ‘전주’ 의혹도 받는데, 재판부는 또 다른 전주 손모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손씨가 작전 사실을 인지할 수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면서도 시세 차익을 얻기 위한 의도로 주식을 산 것으로 보이고, 시세를 변동시킬 목적이 있다고 보긴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혐의와 관련 있는 계좌들과 거래가 있다는 사정만으로 모두 시세조종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선고 후 낸 입장문에서 이 부분들을 부각하면서 “더불어민주당 주장이 깨졌다”고 강조했다. 검찰이 전주 중 관여도가 높은 손씨 등을 추려 기소했는데, 무죄가 선고되면서 나머지 전주들에 대한 수사 동력이 떨어지게 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다만 재판부는 2010년 10월 이후 2단계 범행 부분 공소시효는 남아있다고 판단했다. 해당 시기에도 김 여사의 계좌 거래 흔적이 나왔다. 앞서 공판 과정에서는 주가조작 2단계 관련 투자자문사 컴퓨터에서 ‘김건희’라는 제목의 엑셀 파일이 발견된 사실이 공개되기도 했다. 파일 작성일자는 2011년 1월 13일로 김 여사 명의 계좌 인출액 등이 적혀있다.

2단계 주포 김모씨는 김 여사 계좌 거래 경위를 묻는 질의에 “권오수 전 회장 부탁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김 여사 측은 1단계 때의 이씨에게 돌려받은 주식을 정리하기 위한 개인 거래였다고 주장한다. 민주당은 시효가 남은 것으로 판단됐으니 특검이 필요하다고 압박한다. 검찰은 판결문을 면밀히 검토해 필요한 수사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