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징집 피해 한국 망명” 브로커 조직 적발

입력 2023-02-13 04:06

국내 체류 외국인을 상대로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의 징집을 피해 한국으로 망명한다’는 등의 가짜 시나리오를 제공하고 난민 자격을 알선한 브로커 조직이 적발됐다.

서울출입국·외국인청 이민특수조사대는 국내에서 취업을 원하는 외국인에게 허위로 난민 자격을 신청하도록 도운 카자흐스탄인 A씨(28)와 B씨(22)를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구속 상태로 송치했다고 12일 밝혔다. 공범인 같은 국적 C씨(33)는 불구속 송치됐다.

이들은 지난해 5월부터 9월까지 국내 체류 외국인 157명에게 허위 난민 신청을 알선해 주고 그 대가로 1인당 120만원씩 모두 1억8000여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A씨와 B씨는 왓츠앱, 텔레그램 등 SNS 메신저를 통해 대상 외국인을 모집했다. C씨는 군 징집 우려 등 난민 신청을 위한 가짜 스토리를 만드는 역할을 맡았다. 이들은 난민신청 시 필요한 체류지 입증서류를 허위로 작성하거나 위조해주기도 했다.

A씨는 2018년 7월 국내에 관광 목적으로 입국한 뒤 불법 체류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본국에서 범죄자로 오인당해 형사 처벌될 수 있다”는 사유로 난민 신청을 했지만 인정받지 못했다. 이 사유도 거짓이었다. 이후 불법체류 와중에 B씨 등과 공모해 난민 브로커 일을 시작했다.

이민특수조사대는 이들 브로커와 연루된 카자흐스탄인 7명 등 거짓으로 난민 신청자 체류자격을 취득한 14명을 출국조치했다. 나머지 143명의 소재도 추적 중이다. 또 난민 자격 알선을 의뢰한 외국인의 체류 장소를 고시원이라면서 허위로 서류를 작성해준 고시원 업주에 대해서도 수사하고 있다.

성윤수 기자 tigri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