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대표 선거가 13일 제주에서 열리는 합동연설회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막을 올렸다. 3월 2일 서울·인천·경기까지 7차례 권역별 합동연설회를 마치고 나흘간(4∼7일) 당원 투표를 실시해 8일 전당대회에서 임기 2년의 새 당대표를 뽑는다. 이날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아 결선투표를 할 경우 같은 달 10~11일 이틀간 투표를 거쳐 12일 당선자를 확정한다. 새 당대표는 내년 4월 총선의 지휘봉을 잡기 때문에 이번 선거가 국민의힘으로서는 매우 중요하다. 내년 총선 성적에 따라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운영이 탄력을 받을 수도, 거꾸로 표류할 수도 있다. 당내 경선이 치열해지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예비경선이 끝나자마자 당대표 후보들 간에 벌어진 ‘대통령 탄핵’ 논란은 실망스럽다. 논란의 빌미를 제공한 건 김기현 후보다. 김 후보는 11일 경기도 용인 강남대에서 열린 ‘보수정책 토론회’에서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뽑히는 대표는 다음 대선에 나가겠다는 꿈을 갖고 있으면 곤란하다”면서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이 부딪칠 때 당이 깨지고 탄핵이라는 사태까지 겪었다”고 말했다. 경쟁자인 안철수 후보가 당대표가 되면 대통령 탄핵이 올 수도 있다는 말로 들렸다. 당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말이겠지만 너무 지나쳤다.
우리 헌정사에서 헌법재판소 심판대까지 오른 대통령 탄핵 시도가 두 차례 있었고 그중 한 차례는 실제 탄핵으로 이어졌지만 대통령 탄핵은 함부로 거론할 일이 아니다. 대통령 탄핵은 인용이 되든 기각이 되든 헌정질서 중단이나 주도 세력 붕괴 등 심각한 국정 혼란을 초래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보수 정당은 궤멸했고 권력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넘어갔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은 헌재의 기각으로 무위에 그쳤지만 탄핵 주도 세력은 몰락했다.
김기현 후보는 울산광역시장과 원내대표를 두루 거친 4선 중진이다. 당대표 선거에 나선 그를 윤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장제원 의원이 지지하고 있어 이른바 ‘윤심’이 자신에게 있다고 주장하는 후보다. 경선 초반 인지도에서 밀려 고전했던 김 후보가 최근 상승세를 타면서 안 후보와 양강 구도를 형성했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나경원 유승민 전 의원이 차례로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김 후보가 안 후보보다 우위에 올라섰다는 일부 여론조사가 나오기도 했다. 그런 김 후보가 ‘대통령 탄핵을 용인할 수도 있는 당대표가 나와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주장을 펴는 건 신중하지 못했고 적절치 않았다. 만일 당대표 후보 중에 윤 대통령 탄핵에 찬성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당을 같이 하는 것 자체가 위험하다. 그런 발언 자체가 자칫 당을 깰 수도 있다. 자극적 언어로 관심을 끌려는 노이즈 마케팅이 아니라면 집권당 대표를 뽑는 선거답게 품격과 비전을 갖춘 경쟁을 보여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