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들이 한우값 폭락을 체감하기 힘든 이유가 여전히 높은 ‘구이용 고급 부위’ 선호도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해당 부위는 도매가격이 아무리 떨어져도 수요가 받쳐주니 유통업계나 식당에서 가격을 내릴 요인이 없다. 소매가격의 절반에 달하는 유통 비용 속에 폭리가 없는지 들여다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12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한우 평균 도매가격은 ㎏ 당 1만5904원으로 전년 동월(1만9972원/㎏) 대비 20.4% 급락했다. 암소보다 짧은 기간인 30개월 정도에 출하해 고급육으로 분류되는 거세우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지난달 기준 거세우 평균 도매가격은 1만7612원/㎏으로 전년 동월(2만1129원/㎏) 대비 16.4%나 떨어졌다.
코로나19 때 반짝 상승한 수요에 힘입어 한우 사육량이 늘어난 점이 도매가격 하락을 불렀다. 올해 기준 국내 한우 개체 수는 357만7000마리로 집계된다. 이는 평년(324만 마리)보다 33만7000마리나 많은 것으로, 역대 최대치다. 수요가 받쳐준다면 문제가 없지만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고 경기 침체까지 겹치면서 현재 한우 수요는 급감하는 추세다. 가격이 오를 여지가 없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지만 소비자가 가격 인하를 체감하기는 쉽지 않다. 구이용 등심 안심 채끝 등 일부 부위의 가격이 여전히 높기 때문이다. 지난달 기준 한우 등심 1등급 소매가격은 9만4710원/㎏으로 평년 대비 4.5% 높았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구이류는 선호도가 높아 가격이 잘 안 떨어진다. 특히 2+ 등급은 더 그렇다”고 설명했다.
농식품부는 일단 한우 농가에 저렴한 조사료 지원을 늘리고, 저금리 사료구매자금을 추가 지원해 생산비를 떨어뜨리겠다는 복안이다. 도매가 급락 후폭풍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도매가를 끌어 올릴 수요 증대 차원에서는 농협 하나로마트를 통해 연중 20% 정도 할인된 가격에 한우를 공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정부의 직접 개입이 힘든 유통 비용 절감 대책은 수립하지 못하고 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