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 사상 처음으로 장관이 탄핵당한 행정안전부의 업무 차질이 현실화하고 있다. 행안부의 공공요금 인상 자제 권고에도 서울시는 교통요금 인상 움직임을 본격화했고, 정부혁신전략회의가 연기되는 등 정부 개혁 작업도 멈췄다.
행안부는 지난 8일 이상민 장관이 국회에서 탄핵된 이후 한창섭 차관 주재로 일일 간부회의를 수시 개최하는 등 장관 공백에 대응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이관섭 국정기획수석을 중심으로 행안부를 전폭지원하겠다고 밝혔고, 한덕수 국무총리가 직접 행안부 주요 간부 대상 업무점검 회의를 진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행안부는 이미 곳곳에서 장관 공백을 실감하고 있다. 우선 대중교통요금 인상을 두고 이견이 있는 서울시와 기재부 사이의 이견 조율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10일 ‘대중교통 요금 인상 및 재정난 해소방안 논의를 위한 시민 공청회’를 열고 대중교통요금 인상 작업을 본격화했다. 시는 4월 말까지 지하철과 시내버스 요금을 300~400원 인상할 계획이다. 이를 두고 인상액 최소화를 위해선 기재부의 무임승차 손실액 보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기재부는 난색을 보이고 있다.
통상적으로 부처 간 또는 부처와 지자체와의 이견이 있을 때는 행안부가 이를 조율해왔지만, 현재로선 쉽지 않은 상황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12일 “장관이 있으면 기재부 장관, 서울시장과 같이 정책 조율이 가능하지만 지금은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오세훈 시장, 기재부는 추경호 부총리를 대상으로 조율해야 하는데 차관이 나서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수개월째 국회에서 공전 중인 정부조직개편안도 비슷한 상황이다. 장관 없이 차관 중심으로 야당을 설득하기는 더 어려워졌다는 게 행안부는 고민이다.
윤석열정부 첫 정부혁신전략회의가 연기되면서 정부의 주요 정책 과제 중 하나인 ‘정부 개혁’도 멈췄다. 이상민 장관은 정부혁신 업무의 주무 장관이다. 정부는 이달 말 정부혁신전략회의를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회의가 연기되면서 후속 조치인 정부 혁신안 발표 등도 줄줄이 밀렸다.
차관이 장관의 주요 일정까지 겸하면서 새로운 업무를 시작하기도 쉽지 않다. 한 차관은 이번 주에만 교섭단체 대표연설 등 일정으로 주 4일을 국회에 묶여 있어야 한다. 국무회의와 차관회의도 동시에 챙겨야 한다. 행안부 관계자는 “부처 살림살이를 맡는 차관이 장관이 맡던 대외일정까지 전담하면서 업무 부하가 심한 상황”이라며 “이러다 올해뿐 아니라 내년 농사까지도 힘들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