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아트교회(주희현 목사)는 매일 용도와 사용자가 바뀌는 공간에 터를 잡은 독특한 교회다. 상가건물 지하에 있는 이 교회 예배당은 평일엔 공연과 전시, 공유 서재 등의 용도로 지역사회에 개방한다. 주일엔 교단이 다른 교회와 공간을 나눠쓰는 공유 예배당이 된다. 교회 사역도 남다르다. 여타 교회가 진행하는 제자훈련이나 부흥집회, 특별새벽기도 대신 ‘드라마로 세상 읽기’ ‘시편 읽고 시 쓰기’ ‘인문학 탐구생활’ 등을 교회 안팎으로 펼친다.
충북 괴산중부교회(이요한 목사)는 1명이던 성도 수가 14년 만에 100여명으로 늘었다. 비결은 구충제, 선풍기 커버, 때수건 같은 ‘생활밀착형’ 전도 용품이었다. 이요한 목사는 “작지만 받는 이들이 절대 버리지 않을 물건으로 전도하기 시작했다”며 “성도들이 예배 후에 물건 3개를 받아 가 하나는 본인이 쓰고 두 개는 이웃에게 나눠준다. 1년에 4번만 해도 불신자들의 마음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교회가 세상 속에 파고들고 있다. 예배당을 지역사회에 개방하거나 생활 밀착형 전도 용품을 통해 주민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고 있다. 개개인으로 분화되고 파편화된 나노사회(nano society) 속에서 교회가 대안이 되는 것이다. 아트교회 사례는 지난 10일 인천 부평의 한 호텔에서 열린 ‘제87회 한국실천신학회 정기학술대회’에서 소개됐다.
주희현 목사는 “나노사회에서 교회가 공동체로 존재하기 위해선 네트워크 구조의 ‘리좀(Rhyzome)적 교회 공유체(share-body)’ 형태가 적합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아트교회는 행사 주최자가 특정인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하다는 특징이 있다. 이때 교회는 존재감을 상실하지 않고도 모든 이에게 주최자 권한을 공유하는 ‘네트워크 호스트’가 될 수 있다”며 “교회가 공유체 역할을 다한다면 나노사회의 구성원이 서로 오가도록 돕는 다리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노사회는 김난도 서울대 교수의 ‘트렌드 코리아 2022’에서 등장한 개념으로 우리 사회가 하나의 공동체적인 유대를 이루지 못하고 개개인, 즉 나노 단위로 조각난다는 뜻이 있다. 이렇게 분절된 사회일수록 외로움이나 고립감, 신체적 질병 등이 증가하기 마련이다. 공동체성을 추구하는 교회야말로 나노사회를 향한 돌봄과 온정, 지지 기반이 될 수 있다.
이날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는 참신한 전도법을 소개하는 부스가 마련됐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총회장 이순창 목사) 총회가 마련한 ‘전도부흥운동’의 하나였다. 나노사회를 파고드는 다양한 전도 방식이 돋보였다.
경기도 남양주시 별내대양교회(조용길 목사)는 ‘찾아가는 학교 앞 교회’를 표방한다. 일주일에 한 차례 인근 초등학교를 찾아가 아이들을 만나고 있다. 조용길 목사는 “하교하는 아이들과 함께 성경 말씀과 주기도문을 외우며 복음을 전하고 있다. 아이들이 하교하는 길거리가 교회가 된 셈”이라며 “방과 후 만나는 아이 150여명이 모두 교회 성도와 같다”고 웃었다.
이요한 목사 부부는 커피 100잔을 만들어 인근 시장 상인들에게 나눠주기도 한다. 이 목사는 “커피를 한 잔도 마시지 못한 주민이 우리가 커피를 나누는 모습만 보고도 교회를 찾아왔다”며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교회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전북 익산 대장교회(김명산 목사)는 약봉지를 전도 용품으로 사용한다. 평범한 약 봉투인데 자세히 보면 독특하다. 환자 이름은 ‘낙심자’, 조제 약사는 ‘예수님’, 약 이름은 ‘구약’과 ‘신약’이다. 봉투 겉면에는 간단한 교회 소개가 있고 유산지에는 성경 말씀과 함께 작은 간식이 들었다. 대중에 친숙한 약 봉투를 매개로 ‘의원’ 되시는 예수님을 전하고 있다.
김해영 강서대 신학과 교수는 “공동체에서 분리된 구성원은 대인관계 상실, 우울증과 불안장애 등 위기에 노출될 수 있다”면서 “목회자는 관계의 상실로 고통받는 이들의 조력자로서 신뢰와 인내, 겸손이란 미덕을 갖추고 사회에 희망을 제시하는 존재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양민경 박용미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