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로 기소된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이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선고 결과를 놓고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연루 의혹에서 온전히 벗어나지는 못했다는 평가와 관련 검찰 수사가 사실상 동력을 잃게 됐다는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재판장 조병구)는 10일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권 전 회장에 대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1차 주가조작 주범 이모씨와 2차 주가조작 주범 김모씨에게는 각각 징역 2년,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이 사건 범행은 총 5단계 시간대로 구성돼 있다. 재판부는 1단계 전부(2009년 12월∼2010년 9월)와 2단계 초기(2010년 9∼10월) 부분 공소시효가 만료됐다고 판결했다. 다만 나머지 부분 범행은 하나의 범죄(포괄일죄)인 점을 인정했다.
김 여사의 개입 의혹은 1단계와 2단계에 걸쳐 있다. 1단계는 이씨, 2단계부터는 김씨와 투자자문사 A사 대표 등이 주도했다. 대통령실은 그간 김 여사가 1단계 시기 이씨에게 계좌를 맡겨 주식 위탁 관리를 했다고 주장해 왔다.
재판부는 주범이 변경되는 등 범행 방식이 현격히 바뀌는 점 등을 고려할 때 1단계 시기와 그 이후 범행은 별개 범죄라고 봤다. 결국 1단계 시기 범행이 공소시효 만료로 면소 판결되면서 해당 부분에 대한 김 여사 조사 필요성은 사라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앞선 공판 과정에서는 김 여사가 1단계 이후에도 2차 작전세력에 계좌 운영을 맡긴 정황들이 제시됐다. 검찰은 지난해 4월 법정에서 ‘김건희’라는 제목의 엑셀 파일을 공개했다. 2차 세력 관련 A사 컴퓨터에서 발견된 것으로 작성일자는 2011년 1월 13일이다. 김 여사 명의 계좌 인출액 등이 적혀있었다.
주가조작 2단계 가담자들도 유죄를 선고받은 만큼 김 여사 관련 의혹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라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2차 주범 김씨 등에게는 집행유예라는 상대적으로 가벼운 형량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이들의 범행을 “실패한 시세조종”이라고 규정했다. 특히 김 여사는 ‘전주’가 아니었느냐는 의심을 받는데 전주 중 공범으로 재판에 넘겨진 손모씨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대통령실은 선고에 대해 “대통령 배우자가 전주로서 주가조작에 관여했다는 더불어민주당의 주장이 깨졌다”고 강조했다. 이어 “공소시효가 남아 있다는 민주당 주장이 사실이 아님이 드러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대통령실이 김 여사 결백을 주장한 걸 두고 “오히려 김 여사가 주가조작 ‘전주’라고 인정하는 꼴”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당장 특검을 도입해 김 여사에게 혐의가 있는지 여부를 밝혀야 한다”고 했다.
이형민 정현수 안규영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