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각 장애 김영민 전도사의 성지순례 체험기… 잘 듣지 못해도 잘 보지 못해도 “시내 광야의 고난, 걸으며 느꼈죠”

입력 2023-02-14 03:05
시청각 장애인인 김영민(왼쪽) 전도사와 촉수화 통역사인 함형숙씨가 지난 4일 이스라엘 쿰란 동굴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쿰란 동굴은 1947년 이사야 본문이 필사된 사해사본이 발견된 곳이다. 김 전도사와 함씨가 이사야를 뜻하는 수화를 표시하고 있다.

시청각 장애가 있는 신학생이 성지순례에 참가했다. 서울장신대 김영민(38) 전도사는 지난 1일부터 8일까지 이집트 시내산과 이스라엘, 요르단 성지순례를 마쳤다. 김 전도사는 어셔증후군으로 청각장애와 함께 시각장애가 점차 진행되는 유전 질환을 갖고 있다. 그는 이번 성지순례에서 촉수화 통역사인 함형숙(거룩한빛광성교회)씨와 동행하면서 성경의 땅을 경험했다.

지난 5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베들레헴에서 만난 그는 “고등학생 때 성경을 읽다가 지명과 인물, 성경 시대 삶과 문화에 대해 알고 싶었고 자연스레 성지순례의 꿈을 꾸게 됐다”며 “2015년 신학교에 입학하면서 그 열망은 커졌고 마침내 이번에 참가하게 됐다”고 감격해했다.

김 전도사는 “시내 광야를 직접 보고 걸어보면서 왜 이스라엘 백성이 그렇게 불평과 원망을 쏟아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광야에서 조금만 걸어도 힘들었다. 물 없이는 살 수 없는 땅이었다”고 말했다. 또 “베들레헴 예수탄생교회에서는 예수님이 태어난 자리를 확인할 수 있어 기뻤다”고 했다.

장애가 두 가지나 있는 사람이, 그것도 중동 지역을 여행하기란 쉽지 않다. 김 전도사는 이번 성지순례팀의 일원으로서 뒤처지지 않으려고 매 순간 긴장하며 될 수 있는 대로 빨리 걸었다고 했다. 시청각 장애를 가진 그는 옆에서 누가 손짓을 해도 보이지 않는다. 또 시야가 좁아지는 터널 시야가 있어 앞쪽만 보인다. 어두운 곳에서는 거의 볼 수가 없다.

그는 이번 체험을 통해 성경의 내용이 더 확실하게 믿어졌다고 했다. 향후 목회자가 되어서는 성도들에게 더 분명한 복음을 전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김 전도사는 “청각장애 성도들은 대체로 신앙이 깊지 못한 편이다. 성지 경험을 살려 그들의 믿음을 더 굳건히 하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고 했다.

김 전도사는 “다른 시청각 장애인도 성지순례나 해외여행을 하면 좋을 것 같다”며 “기회가 되면 장애인들과 함께 성지순례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베들레헴(팔레스타인)=글·사진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