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인플레법 성과 부각… 미·중 갈등에 한국 기업 반사이익

입력 2023-02-10 04:06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이 8일(현지시간)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한국 LG에너지솔루션이 합작 투자한 얼티엄셀즈 배터리공장을 방문해 “동맹국 간 협력을 강화하면서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고 발언했다. AFP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성과 띄우기에 나서며 LG에너지솔루션, SK온, 한화큐셀 등을 언급했다. 실제 이들 기업은 ‘탈중국’이 핵심인 IRA를 통해 반사이익을 얻은 대표적 기업들로 꼽힌다.

외신 등에 따르면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은 8일(현지시간) LG에너지솔루션과 GM의 배터리 합작법인 얼티엄셀즈의 테네시 공장을 방문했다. 옐런 장관은 이 자리에서 IRA 경제 효과를 강조하며 “배터리 시장에서의 동맹국 간 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옐런 장관이 IRA를 친환경에 방점을 두고 설명했지만, 사실 IRA의 핵심은 중국 배제다. IRA는 미국이나 미국과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한 국가에서 핵심 광물의 40% 이상을 조달해야만 전기차 세액공제 혜택을 주도록 하고 있다.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북미에 대규모 생산시설 투자를 단행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옐런 장관은 LG에너지솔루션뿐만 아니라 SK온, 한화큐셀 등을 언급하며 “IRA는 청정에너지 투자와 생산을 촉진하기 위해 의미 있는 세액공제를 제공한다. 미국 중서부와 남부에 청정에너지 투자가 급증하는 등 이미 그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산업계에서는 IRA가 제공하는 현지생산세액공제(AMPC)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한국 기업들은 차별적인 기회를 맞게 될 것이라고 본다. 배터리업계의 경우 한국 배터리 3사가 현재 미국에 짓고 있는 공장이 완공될 때면 중국 기업들의 전 세계 이차전지 시장 점유율을 역전시킬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태양광도 마찬가지다. IRA로 중국 태양광 기업들의 미국 시장 진출에 제약이 걸리면서 한국 업체들은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는 모양새다. 미 태양광 시장은 매년 19%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한화큐셀은 지난달 초 3조2000억원의 미국 내 신규투자 계획을 내놨다. 미국에 공장을 지으면 중국보다 4배 이상 비용이 든다. 그럼에도 한화가 과감한 투자를 결정한 데에는 IRA에 따른 세액공제 지원이 큰 것으로 보인다. 한화가 추산하는 연간 최대 감세액은 약 8억7500만 달러(약 1조원)에 달한다.

IRA가 아니더라도 미·중 갈등 영향으로 미국 내 점유율을 꾸준히 높여가는 기업이 있다. 대표적인 곳이 영상 솔루션 전문업체 한화테크윈이다. 미·중 갈등으로 중국 영상보안업체 진출이 막히면서 현재 미국 내 시장점유율 2위에 올라 있다. 2018년 3634억원이었던 매출은 2021년 6110억원으로 증가했다. 3년 만에 68% 넘게 상승했다. 같은 기간 순이익도 13억원에서 890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한화테크윈 매출의 90%가 수출이다. 이 중 절반가량이 미주에서 나온다. 이렇게 성장한 데에는 제품 및 서비스 경쟁력도 있었겠지만, 미·중 갈등 영향도 분명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