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통령이 2018년 고대영(사진) 전 KBS 사장을 해임한 것은 위법이라는 항소심 판결이 나왔다. 해임이 절차적으로 잘못됐으며, 해임 사유 역시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고 전 사장 측은 “문 전 대통령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고법 행정3부(재판장 함상훈)는 9일 고 전 사장이 “해임 처분을 취소하라”며 문 전 대통령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1심을 뒤집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우선 해임 과정에서 강규형 전 KBS 이사가 위법하게 해임되는 등 절차에 문제가 있었다고 봤다. 이사회 구성 변경이 없었다면 고 전 사장에 대한 해임 제청이 이뤄졌을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강 전 이사는 고 전 사장에 앞선 2017년 12월 업무추진비 유용 등의 이유로 해임됐다. 대법원은 2021년 9월 강 전 이사 해임이 위법했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고 전 사장에 대한 8가지 해임 사유도 모두 인정하지 않았다. 방송통신위원회 심사에서 KBS의 합격점수가 미달한 부분에서의 고 전 사장 책임이 있기는 하지만, 조건부 재허가를 받은 점 등을 고려할 때 해임할 정도는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파업 사태를 초래했다’는 징계 사유에 대해서는 “파업의 주목적이 원고의 해임이었는데 적법한 쟁의 사유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조직 개편으로 인한 내부 반발도 해임 사유로 보긴 어렵다고 했다.
고 전 사장은 선고 후 “KBS가 다시 공영방송으로서 제자리를 찾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의 대리인은 “민사소송뿐 아니라 문 전 대통령과 방통위 위원 등을 고소할 것”이라고 했다.
KBS 이사회는 2018년 1월 22일 임시 이사회를 열어 임기 종료 10개월을 앞둔 고 전 사장 해임 제청안을 의결했다. 문 전 대통령은 이튿날 해임 제청안을 재가했다. 당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공영방송 정상화’라고 평가했지만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은 ‘언론 장악’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해임 사유 중 5개가 인정된다며 해임 적법 판결을 내렸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