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시한 ‘중산층 난방비 지원’ 논의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모습이다. 재원 마련도 어려운 데다 지원 기준을 잡기도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9일 중산층 난방비 지원책과 관련해 “국가 재정건전성과 예산 상황을 고려할 때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이날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중산층 난방비 지원을 검토하라는 대통령의 지시는 난방비 부담을 폭넓게 경감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라는 취지로 이해한다”고 설명했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도 중산층 난방비 지원과 관련한 절충점을 못 찾았다고 했다. 그는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은 중산층까지 확대했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전달했고 또 여러 차례 협의도 했지만 정부의 재정에 대한 여러 가지 고민이 있기 때문에 절충점을 아직 못 찾았다”고 말했다.
중산층 난방비 지원 논의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중산층 부담을 경감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하면서 시작됐다. 하지만 재원 마련이 어렵고, 중산층 기준이 모호하다는 점 등을 이유로 추진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앞서 정부는 취약계층 난방비 지원을 위해 예비비 1000억원에 기존 예산 800억원까지 총 1800억원을 투입했다. 취약계층 가스요금 할인 확대 방안도 추가로 내놨다. 여기에 드는 돈만 3000억원으로 추산되는데, 정부 재원이 직접 투입되는 것은 아니고 할인 금액만큼 한국가스공사가 부담을 지게 되는 구조였다. 중산층 난방비 대책에 직접 정부 재원이 투입되려면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해야 한다. 기존 예산과 기금 활용, 예비비 투입만으로는 부족하다. 만약 정부가 재정을 직접 투입하지 않고 할인 확대 등 간접 지원 방식을 택할 경우 이 역시 부담은 고스란히 가스공사 등이 떠안게 된다.
중산층 기준도 모호하다. 통계청에서 활용하는 중산층 기준은 중위소득 50~150%인데, 이 기준을 그대로 활용할지는 불분명하다. 특정 기준을 세워 선별 지원할 경우 지원 경계선에 있는 이들의 불만도 예상된다. 코로나19 확산 시기 기재부는 건강보험료 기준 등을 활용해 기준점을 세웠지만 ‘형평성 문제’를 해소하지 못했다.
사실상 국민 전반으로 지원을 넓히는 건 에너지 가격 현실화나 에너지 수요 효율화 정책 방향과도 상반된다는 지적도 있다. 다만 야당에서는 여전히 지원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어 논란의 불씨는 여전히 살아 있다.
세종=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