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계층 에너지 효율 개선은 뒷전… 단기적 처방에만 급급

입력 2023-02-10 04:08
청년진보당 등 청년단체 회원들이 9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난방비 폭탄’ 문제와 관련해 정부를 규탄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단기적 처방에만 급급한 정부의 에너지 복지 정책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금성 지원 위주의 대책으로는 ‘난방비 대란’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긴급 지원뿐 아니라 에너지 효율 개선 등 장기 대책 마련에 힘써야 한다는 지적이다.

9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초유의 난방비 대란과 관련한 취약계층 보호 대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문제는 정치권에서 끊임없이 난방비 지원을 중산층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추가경정예산안을 통해 총 4100만명에게 1명당 10만~25만원씩 총 7조2000억원을 지원하자고 요구하고 있다.

문제는 난방비 대란을 둘러싼 지원 논의가 돈을 풀어 난방비용 부담을 덜어주는 방식에만 그치고 있다는 점이다. 에너지 요금 인상발(發) 대란은 앞으로 상시화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2026년까지 단계적 에너지 요금 현실화와 더불어 에너지 공기업 적자·미수금을 해소해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향후 전기요금과 가스요금 추가 인상은 불가피한 것이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날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2021년 후반기에 가스 가격이 6배 정도 오른 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인 작년 6월에 또 한 번 상당히 많이 올랐다”면서 “두 가지 인상요인이 전반적으로 조금씩 반영됐다면 이번 인상률도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추가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매년 여름·겨울마다 제2, 제3의 냉·난방비 대란은 일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하지만 단열 시공, 고효율 보일러 교체 등 저소득층 에너지 효율개선 사업 등 대책은 상대적으로 뒷전에 밀려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최근 정부 정책에 대해 “보조금만 계속 투입하고, 주택 에너지 효율 개선과 같이 난방비 절감에 필수적인 인프라 지원이 전혀 논의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쪽방, 고시원과 같은 비주택 거주 가구가 42만, 여기에 옥상이나 지하 거주 가구와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를 더하면 주거빈곤가구가 180만”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의 지원 정책은 미국·유럽 등 해외 선진국이 저소득층을 위한 효율 개선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과도 대조적이다.

실제 관련 예산 규모는 보조금 지급 등 다른 에너지 복지 정책에 비해 부족한 수준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26일 취약계층 난방비 지원대책을 발표하면서 1800억원을 투입키로 했다. 또 지난 1일 발표한 추가 지원에 따른 비용은 3000억원으로 추산됐다. 그런데 올해 본예산에 편성된 저소득층 에너지효율개선 사업 예산은 910억원에 불과했다. 일회성 난방비 지원 예산에 비해 턱없이 작은 규모다.


에너지경제연구원도 보고서에서 “2018년 기준 저소득 가구의 에너지 효율개선에 투입된 예산은 전체의 9.9%였지만, 에너지 구입비용 지원과 전기 및 가스요금 할인 수단은 각각 전체 예산의 8.5%, 81.6%를 차지했다”고 지적했다.

세종=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