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빅테크의 인공지능(AI) 경쟁에서 구글이 체면을 구겼다. 오픈AI의 인공지능(AI) 챗봇 챗GPT에 대항하기 위해 구글이 내놓은 야심작 AI챗봇 ‘바드’가 ‘오답’ 내놓으면서다. 테크 업계에서는 “바드가 실제로는 기대에 못 미치는 성능을 보였다”며 AI챗봇을 활용한 검색엔진 경쟁 초반부터 구글이 타격을 입었다는 평가를 내놨다. 다만 기술 도입 초기 단계인 터라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의 경쟁 흐름을 지속해서 지켜봐야 한다는 반응도 있다.
구글은 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챗GPT의 대항마로 소개했던 AI챗봇 바드의 검색기능과 AI 기술이 구글맵, 구글 번역 등에 어떻게 적용되는지 소개하는 이벤트를 개최했다. MS가 챗GPT와 같은 기술을 적용한 새로운 검색엔진 ‘빙(Bing)’을 공개한 지 하루 만이다. 바드는 구글이 자체 개발한 AI 언어 프로그램 ‘람다(LaMDA)’로 구동된다.
하지만 테크업계의 관심은 바드의 오류에 집중됐다. 구글이 지난 6일 바드를 공개하며 시연한 사례에서 ‘오답’을 내놨다는 점이 뒤늦게 알려졌기 때문이다. 구글은 바드가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의 발견 사실도 쉽게 설명한다면서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의 새로운 발견에 대해 9세 어린이에게 어떤 말을 할 수 있을까”라고 바드에 질문했다. 이에 바드는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은 최초로 태양계 밖의 행성을 찍었다”고 답했다. 태양계 밖 행성을 최초로 촬영한 망원경은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이 아니었다. 유럽남방천문대가 칠레 남부 고도 2635m 지점에 설치한 초거대 망원경 VLT였다.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의 순다르 피차이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바드를 소개하면서 넣은 시연 사례였던 터라 구글의 기술이 설익은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쏟아졌다. 구글은 챗GPT보다 3개월가량 늦게 AI챗봇을 공개한 배경에 ‘안전’과’ ‘정확성’이 있다고 설명해 왔다. 혐오 발언과 정확하지 않은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막는 데 집중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테크업계의 평가는 냉혹했다. ‘실망스럽다’는 반응과 함께 알파벳의 주가가 하루 만에 7.6% 하락 마감했다. 일부에선 AI챗봇 검색엔진 경쟁 초기 MS가 구글을 한발 앞섰다는 반응마저 나왔다.
구글은 바드 정식 출시 전까지 다양한 검증을 통해 바드의 품질을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기존 구글의 서비스에 AI 기능이 탑재될 경우 경쟁 우위를 지킬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구글은 이날 AI 기능을 탑재해 문맥 번역을 강화한 구글 번역, 해당 장소의 날씨와 교통 정보를 3차원 몰입형 뷰와 함께 실시간 제공하는 구글 맵 등도 공개했다.
하이투자증권은 글로벌 AI 시장 규모가 2021년 581억 달러에서 2026년 3095억 달러까지 연평균 39.7%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금융, IT(정보기술), 소매·전자상거래, 헬스케어 등에서 AI 활용도가 커 시장 성장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