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 마이크로소프트(MS) 검색 엔진 ‘빙(Bing)’에 인공지능(AI) 챗봇이 탑재된다는 소식이 전해진 날이었다.
AI 전문 기업 아크릴(ACRYL·Affective Computing in Real Life) 박외진(51) 대표는 지난 8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국민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MS가 개발을 지원한 챗GPT는 단어 3000억개와 상황 100억개를 학습한 AI”라면서 “지금은 챗GPT나 구글의 바드처럼 정보를 입력하면 새로운 문장을 만드는 AI 생성 모델의 시대”라고 했다.
AI는 크게 판별 모델과 생성 모델 2가지로 나뉜다. 박 대표는 “2016년 이세돌 9단과 대결했던 알파고는 여러가지 상황에 대한 데이터를 학습해 결정하는 AI인데 판별 모델”이라면서 “앞으로는 판별 모델과 생성 모델을 통합한 AI가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AI는 자체 훈련으로 별도 데이터 입력 없이도 기능할 수 있다.
AI가 인간의 모든 영역을 대체할 것 같은 공포가 들기도 한다. 박 대표는 “4차 혁명의 본질은 인간이 단순한 일로부터 해방돼 좀더 창의적이고 가치 있는 일을 하는 데 에너지를 쓸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면서 “기술 발달로 소멸되는 직업도 있겠지만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나고 우리가 만들 파이가 더 커질 수 있다”고 했다.
대학 교수들은 챗GPT를 활용한 리포트를 걱정한다. 박 대표는 “그건 교수님들이 더 노력해야할 부분이다. 남루한 인공지능으로 쓴 거랑 학생들이 성찰해서 쓴 논문 정도는 구분 가능하게 과제를 내야한다”고 단언했다.
박 대표의 이력을 보면 이 말들에 더 신뢰가 간다. 그는 카이스트 전산학과 박사 과정 중이던 2001년 카이스트 동문 6명과 정부 주관 벤처창업경진대회에서 대상을 받았다. 수상 지원금으로 벤처 WRG를 창업, 피처폰용 솔루션을 만들었다. WRG는 2007년 미국 마이크로칩스에 인수됐다.
2011년 KAIST 전산학과 선후배 이세화(현 최고운영책임자), 김종희(현 최고기술책임자) 등과 아크릴을 창업했다. 지금은 각 기업의 상황에 맞는 통합 인공지능 플랫폼 ‘조나단’과 인공지능 병원정보시스템 ‘나디아’를 신설 병원에 보급하고 있다.
말하자면 B2B 사업이 주력이다. “예를 들어 아바타 기술자문을 하는 3D영상 업체 미국 오비오 테크놀로지사와 협업하는데, 인체를 스캔해 6가지 피부 병변 요인을 찾아내는 기술을 제공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현재 SK 등 20여개 기업과 문화체육관광부 등 10여개 공공기관과 협업하고 있다. 창업 당시 6명이던 임직원 수는 현재 100여명으로 늘었다.
그런데 요즘 정부에서나 언론이 인공 지능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게 좀 불편하단다. “공공기관이 충분한 검토 없이 AI를 도입하면 기술의 효용 가치가 떨어지고 세금만 낭비한다. 신중한 기술 정책이 나와야 한다. 게다가 스타트업은 대부분 중소기업인데 엔지니어들 몸값이 폭등해서 인력을 채용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