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핵·미사일 과시해 최악의 식량위기 덮어 보려는 김정은

입력 2023-02-10 04:03
북한이 지난 8일 인민군 창건일(건군절) 75주년을 맞아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열병식에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추정되는 신무기가 등장했다. 연합뉴스

북한이 8일 조선인민군 창건 75주년을 맞아 야간 열병식을 성대하게 개최했다. 예상대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 17형이 등장했고, 고체연료를 장착한 것으로 보이는 신형미사일도 위성사진으로 확인됐다. 조선중앙통신은 “도도히 굽이쳐가는 전술핵 운용부대 종대가 광장에 진입했다”고 했다. 지난해 4월 ‘근본이익이 침탈당할 때도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선언한 만큼 우리를 향한 노골적인 협박이다. 대규모 군중을 동원한 화려한 행사로 내부 결속을 다지고, 한반도 주변 군사적 긴장을 한껏 높여 안팎 위기를 넘겨보겠다는 의도가 뻔히 보인다.

지금 북한 경제는 심각한 비상 상황이다. 농업 문제를 논의한다며 지난 연말 개최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체회의가 이달 하순에 다시 소집됐다. 경제 제재에 자연재해가 겹쳤고, 코로나19에 따른 국경 봉쇄로 중국과의 교류가 중단돼 최악의 식량위기에 직면했다. 이번 겨울에는 한파까지 닥치면서 상대적으로 생활 수준이 높은 개성에서조차 굶어죽는 사람이 하루에 수십명씩 나온다고 한다. 주민들의 불만이 높아진 것은 당연하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김일성 주석을 연상시키는 중절모와 외투 차림으로 등장한 것도 ‘백두혈통’에 기댈 수밖에 없는 현실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핵보유 강성대국’을 일궜다고 과시하며 몇개월 후에 닥칠 최악의 식량난과 이에 따른 동요를 최소화해보겠다는 것이다.

궁지에 몰린 북한이 어떻게 행동할지 예상하긴 어렵지 않다. 정례적으로 실시되는 한·미 연합훈련을 빌미로 각종 미사일을 발사하며 주목을 끌려 할 것이다. 추가 핵실험에 나서거나 북방한계선(NLL) 등에서 국지적 도발을 시도할 수도 있다. 세습 독재 체제를 유지하려 온갖 수단을 동원할 것이다. 답답하고 한심한 노릇이지만 우리에게 북한의 위협은 엄연한 현실이다. 공고한 한·미동맹을 토대로 사생결단식 핵 위협에 의연하고 철저히 대비하는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