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썩이는 4년제 대학 등록금… 뾰족수 없는 교육부

입력 2023-02-09 04:05
뉴시스

교육부가 대학들의 등록금 인상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4년제 대학 10곳 가운데 4곳이 내년 등록금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에 서둘러 ‘경고장’을 보낸 것이다. 하지만 등록금 인상 대학에 대한 불이익을 주겠다는 방침은 아니어서 ‘도미노 인상’을 억제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평가다.

이주호(사진)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8일 “교육부 정책 기조에 동참하지 않고 등록금을 인상한 대학에 유감을 표한다”며 “아직 등록금 책정을 논의 중인 대학은 동결·인하를 유지해 교육부 정책 기조에 동참해 달라”고 밝혔다. 교육부 기자단이 지난달 31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총회에서 진행한 대학 총장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114명 중 45명(39.5%)이 내년에 등록금 인상 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올 1학기와 2학기 등록금 인상 계획을 밝힌 총장을 포함하면 49.1%에 달했다.

특히 국가장학금Ⅱ 유형 규제의 실효성이 의심받는 상황이다. 국가장학금Ⅱ 유형은 등록금을 동결하거나 인하하는 대학에 정부가 재원을 지원하는 것이다. 대학이 등록금 인상을 주저하게 하는 요인이었다. 올해도 지난해와 같은 3800억원이 책정됐다.

하지만 최근 고물가로 국가장학금Ⅱ 유형을 포기하더라도 등록금을 인상하는 것이 이득인 상황이 됐다. 등록금은 법적으로 직전 3개연도 평균 소비자물가상승률의 1.5배 안에서 올릴 수 있다. 지난해 통계청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은 5.1%였다. 2021년 2.5%, 2020년 0.5%를 반영한 올해 등록금 인상 상한선은 4.05%다. 전년도 1.65%보다 뛰었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등록금을 올린 대학에 대한 불이익이나 등록금을 동결한 대학에 대한 인센티브를 검토하는가’란 취재진 질문에 “국가장학금Ⅱ 유형이 인상을 억제하는 유효한 정책수단으로 작용하기 어려운 상황이 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기존 국가장학금 규제 외에 다른 어떤 제재 수단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국가장학금을 통한 관리의 ‘약발’이 떨어진 상태지만, 현재로선 다른 억제 수단을 마련할 계획은 없다는 뜻이다. 한 대학 관계자는 “교육부가 경고했으니 당장 (등록금 문제가) 고민은 되지만 실제 불이익이 없다면 올리지 못할 이유도 없다”며 “내년 총선 이후에는 당국의 묵인하에 여러 대학에서 등록금을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학가에선 정부 정책 기조가 오락가락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장 차관은 지난해 6월 대교협 세미나에서 “등록금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정부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국정과제 이행계획서’에서도 ‘국가장학금Ⅱ 유형과 연계한 등록금 동결 요건 폐지’라고 명시했었다. 하지만 이후 경기침체와 고물가 속에서 등록금 인상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자 입장이 바뀌었다. 장 차관은 “현 정부 출범 후 경제 상황이 급속도로 악화했다. 결과적으로 제가 말씀드린 부분(인상 허용)이 동결·인하 기조로 바뀐 점은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도경 교육전문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