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의회 반대속 강행 ‘北스마트팜’… 檢, 이재명 정치적 이익 활용 무게

입력 2023-02-09 04:04
연합뉴스

검찰은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2019년 북측에 전달한 800만 달러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뇌물 공여 성격으로 볼 수 있는지 집중 수사 중이다. 특히 쌍방울 측이 경기도 대신 냈다는 황해도 스마트팜 사업비 500만 달러와 관련해 당시 사업이 경기도의회의 반대와 우려 표명에도 강행된 경위를 주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는 2018년 10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방북 이후 스마트팜 사업 지원을 본격 공론화하고 예산 확보에도 주력했다. 그해 11월 평화협력국 업무보고에는 남북교류협력사업 활성화 방안으로 ‘황해도 농림복합형 농장(스마트팜·농가 개량 등) 시범농장 개발’ 내용이 담겼다. 당시 도의회 관계자는 8일 “2018년 개회한 지 얼마 안 된 시점에 도청에서 스마트팜 등 대북 사업을 해보겠다며 남북교류협력기금 증액을 요구해왔는데, 의회에선 반대 목소리가 나왔다”고 말했다.

경기도는 이듬해 2월 업무보고에서는 ‘스마트팜 사업비로 2019~2020년 2년간 총 34억3000만원이 필요하며, 예산은 100% 기금에서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유엔의 대북제재 등 예상되는 문제점과 관련해선 “남북 실무자 간 핫라인을 구축해 의견을 교환하겠다”고 했다.

도의회에선 사업 현실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당시 회의록을 보면 박덕동 의원은 “북한은 먹고사는 게 넉넉하지 않은데 우리가 온실을 짓는 게 좀 사치스러운 것 같다. 온실, 스마트팜 이런 것들은 너무 이른 상황이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6개월 뒤 업무보고에서 스마트팜 사업비는 오히려 50억원으로 증액됐다. 다만 도의회 지적과 대북제재 위반 가능성 등을 이유로 실제 예산 집행은 이뤄지지 않았다.

검찰은 경기도가 스마트팜 사업비 조달이 어려워지자 김 전 회장이란 ‘우회로’를 통해 500만 달러를 전달한 것으로 의심한다. 김 전 회장이 이 대표의 방북을 위한 비용으로 북측에 전달했다고 진술한 300만 달러와 함께 스마트팜 사업비 대납 역시 도지사였던 이 대표의 정치적 이익과 연결된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검찰은 이에 대해 뇌물 혐의 적용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이 전 부지사가 경기도의 대북 사업에 이의를 제기하는 의원들에게 ‘조금만 참아달라. 지사님과 북한에 한 번 가겠다’고 설득했다는 증언도 있었다(국민일보 2월 3일자 1면 참조). 김 전 회장의 대북 송금 행위가 이 대표의 직접적 이익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제3자 뇌물 혐의가 검토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