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초등생 친부·계모, 학대 혐의 일부 인정

입력 2023-02-09 04:04
온몸이 멍든 채 숨진 초등학생이 살던 인천시 남동구 한 아파트 테라스에 8일 낙엽과 먼지들이 나뒹굴고 있다. 경찰은 전날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친부와 계모를 긴급체포했다.

온몸에 멍이 든 채 숨진 12살 초등학생의 친부와 계모가 학대 혐의를 일부 인정했다. 8일 인천경찰청 여성청소년수사대에 따르면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체포된 A씨(40)씨와 그의 아내 B씨(43)는 이날 경찰 조사 과정에서 “(사망 당일) 아이를 때렸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이들은 “훈육 목적으로 아이를 때렸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때린 횟수·방식과 도구를 사용했는지 등은 제대로 진술하지 않았다.

A씨 부부는 전날 경찰에 긴급체포된 뒤 초기 조사에서 “멍은 아이가 자해해서 생긴 상처”라며 학대 혐의를 전면 부인했으나 경찰 추궁 끝에 진술을 번복했다. 경찰은 이들의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A씨 부부의 초등학교 5학년생 아들인 C군(12)의 시신을 부검한 뒤 “아이의 몸에서 다발성 손상이 확인되지만 직접 사인은 정밀검사를 통해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경찰은 A씨 부부가 평소 C군을 학대한 정황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주변 이웃 등을 대상으로도 수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기자가 C군 가족이 살던 인천시 남동구의 한 아파트에서 만난 또래학생과 이웃주민들은 C군의 생전 모습을 어렵지 않게 기억했다. 비쩍 마른 몸으로 혼자 분리수거를 하던 C군을 보며 혀를 차본 경험들이 있기 때문이다.

아파트에서 만난 한 학생은 “엄청 마른 형이 혼자 낑낑대며 분리수거하는 모습을 종종 봤었다”고 했다. 다른 주민은 “한겨울에도 얇은 옷만 걸치고 나와 있던 마른 몸의 C군을 본 적이 있다”며 “친부모 밑에서 크는 게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일부 주민은 C군이 가족과 동떨어진 아이로 보였다고 설명했다. 한 이웃주민은 “C군이 다른 두 딸과 달리 엄마에게 ‘어머니’라고 극존칭을 썼다”며 “당시에는 입양을 했나, 어디서 데리고 왔나 하는 이상한 생각까지 했다”고 떠올렸다.

다른 주민들은 충격과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나무 데크 등으로 리모델링한 C군의 집 테라스를 가리키던 한 주민은 “잘 꾸미고 살아서 부자가 이사왔나 생각했을 뿐, 평소 관심을 두지 않았다”며 “이런 안타까운 일이 생겨 너무 마음 아프다”고 털어놨다.

C군은 지난해 11월 24일부터 홈스쿨링을 이유로 학교에 나오지 않아 교육당국이 집중관리하던 학생으로 조사됐다. 인천시교육청 관계자는 “C군은 매뉴얼에 따라 관리가 됐다”면서도 “이번 일과 관련해서는 매뉴얼에 문제가 있는지 등을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인천=글·사진 김민 기자 ki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