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주주 운동이 진화하고 있다.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행동주의펀드의 전유물이었던 ‘주주제안’이 소액주주연대를 중심으로 활발해지고 있다. 흩어진 ‘개미’(개인 투자자)들을 모으기 위한 ‘지분 모으기’ 앱도 출시됐다. 상장사의 불통 경영에 대한 개인 투자자들 반발이 거세지는 모습이다.
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코스닥시장 시가총액 16위 바이오의약품 개발 기업 알테오젠의 소액주주연대는 오는 13일 주주제안을 접수하기 위해 주주들로부터 의결권 위임을 받고 있다. 주주제안은 일반주주들이 주주총회에 의안을 직접 제시하는 것을 의미한다. 상장사에 주주제안을 하려면 의결권이 있는 지분 1% 이상을 6개월 이상 보유해야 한다. 주총 6주 전까지 요구사항을 회사에 제출하면 해당 안건이 주총에서 다뤄질 수 있다.
알테오젠 소액주주연대의 주주제안 목표는 주주가치제고를 통해 시총 10조원을 돌파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사측에 기업설명(IR) 개편 및 혁신, 주주편가르기 중단, 파이프라인(신약개발프로젝트) 쪼개기 논란이 있는 아일리아 및 테르가제 자회사와의 계약서 공개, 소액주주 추천 감사인 선임 등을 요구했다.
오스코텍은 지난 2일 참여한 주주의 보유주식 수 기준 3.8%의 지분을 확보해 소액주주 추천 감사인 선임 등의 내용이 담긴 주주제안을 했다. 사조산업은 지난달 17일 주주제안을 통해 배당성향을 상장사 평균 수준에 맞춰줄 것과 유동성 확대 차원의 무상증자 또는 액면분할을 요구했다. DB하이텍 소액주주연대도 다음 주까지 주주제안을 접수해 감사인 선임, 집중투표제 도입 등을 제안할 예정이다.
상장사 소액주주들이 주주제안에 본격적으로 나선 건 사측과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영향이 크다. 소액주주 연대 대표들은 사측에서 무대응으로 일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소액주주들의 요구 사항을 전달하는 것조차 힘들다고 입을 모았다. 참다못한 주주들이 회계장부열람등사 가처분 소송 등을 제기하면 사측이 주가 하락의 책임을 소액주주 연대에 돌리는 경우가 많다. 이에 주주 여론을 의식한 소액주주 연대는 의결권을 모아 주총에서 의견을 개진하는 방식으로 노선을 변경하고 있는 것이다.
흩어져 있던 소액주주들을 규합해 주주행동을 지원하는 플랫폼도 개발됐다. DB하이텍 소액주주연대 대표를 겸하고 있는 이상목 컨두잇 대표는 지난달 5일 소액주주의 의결권을 모아 주주운동을 펼칠 수 있도록 한 인증 기반 소액주주연대 플랫폼 ‘액트(ACT)’를 출시했다. 이 앱은 주주 인증을 마친 주주들이 활발하게 소통, 투표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특히 주주들은 여기서 주식 수에 비례해 투표할 수 있다. 이 대표는 나아가 전자위임을 통해 주주총회까지 가능한 시스템까지 구현하도록 할 계획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올해 증시에서는 행동주의 펀드뿐 아니라 소액주주 운동이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