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임원, 7%에 그쳐… 뚫릴 줄 모르는 증권사 ‘유리천장’

입력 2023-02-09 04:06

국내 10대 증권사에서 근무하는 전체 임원 가운데 10명 중 9명 이상은 남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선진국과 비교하면 턱없이 낮은 것은 물론 보수색이 강한 것으로 알려진 일본보다도 여성 임원 비율이 낮았다. 증권업계가 매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개선을 외치지만 아직도 업계 내에 ‘유리천장’은 공고히 버티고 있는 셈이다.

8일 국민일보가 국내 10대 증권사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3분기 기준 이들 기업의 평균 여성 임원(미등기임원 포함) 재직 비율이 7.0%로 집계됐다. 총 542명의 임원 가운데 504명이 남성이었고 여성은 38명에 불과했다.


증권사별로 보면 NH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 삼성증권을 제외한 나머지 7곳의 여성 임원 비율이 평균에도 못 미쳤다. 특히 꼴찌인 하나증권은 42명 가운데 1명(2.4%)만이 여성 임원이었고 한국투자증권(3.8%) 메리츠증권(4.5%)도 저조한 성적을 냈다. 반면 신한투자증권(12.1%)과 삼성증권(15.2%)은 상대적으로 여성을 고위직에 많이 기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영업과 IB, 트레이딩 등 고된 업무 위주로 돌아가는 증권업계 특성상 그간 여성이 필드에서 버티기 어려웠던 환경이 수치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증권사들의 이 같은 행보는 최근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ESG 바람과 다소 거리감이 있는 모습이다. ESG는 고위직 임용에 있어서의 젠더 다양성을 S(사회) 주요 항목으로 평가한다. 실제로 적지 않은 금융권 기업들이 매년 공시 보고서와 함께 ESG 평가 보고서를 함께 내고 있다.

국내 증권사들의 이 같은 고용 상황은 선진국과 비교해봤을 때도 차이가 크게 난다. 글로벌 회계법인 그랜트 쏘튼사 조사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여성 임원 비율은 유럽연합 34%, 북미(미국·캐나다) 33%, 아시아·태평양 지역 28%에 달했다. 보수색채가 강한 국가와 비교해도 국내 증권사들은 뒤떨어진다. 지난해 기준 일본 상장기업에서 임원 이상 직급을 갖고 있는 여성 비율은 11.8%에 달한다. 일본 정부는 여성 임원 인력 비율을 30%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가지고 정책적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있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입사 단계부터 남성은 영업, 여성은 지원부서 등으로 직군 자체가 나뉘는 일이 빈번한 탓에 증권업계에서는 여성 임원이 탄생하는 것 자체가 구조적으로 매우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