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상민 탄핵안 가결, 여야가 합작해 빚어낸 정치적 참사

입력 2023-02-09 04:01
8일 국회에서 열린 제403회 국회(임시회) 제4차 본회의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 소추안의 표결 결과를 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소추안이 8일 국회에서 가결됐다. 헌정 사상 첫 국무위원 탄핵소추안 가결이다. 이 장관의 직무는 헌법재판소가 탄핵 심판을 내릴 때까지 정지된다. 이번 탄핵소추안 가결은 국회 다수 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의 힘자랑과 이태원 참사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외면한 윤석열정부의 오기가 빚은 정치적 참사다.

야당의 이 장관 탄핵소추안 발의와 가결은 실익이 없는 무리한 정치적 공세 성격이 짙다. 헌법에는 직무집행에 있어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 국회는 탄핵소추를 의결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헌법재판소도 이 장관이 헌법과 법률을 위반했는지를 살펴보게 될 것이다. 현재까지 이 장관이 헌법과 법률을 위반했다는 구체적인 사실관계는 드러난 게 별로 없다.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탄핵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다”는 의견이 많았다. 게다가 탄핵 심판에서 검사 역할을 할 탄핵소추위원은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맡는데, 현 법사위원장은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이다. 김 위원장이 적극적으로 탄핵에 임할 리 없다.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소추안이 기각이나 각하가 되면 탄핵을 추진한 민주당은 큰 정치적 타격을 받게 된다. 민주당이 실질적인 효과를 예상하기 힘든 탄핵소추안을 밀어붙인 것은 다른 정치적 목적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장관 거취는 법률 위반이 아닌 정치적 책임의 문제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 장관 해임 요구에 대해 ‘경찰 수사와 국정조사 이후 확인된 진상을 토대로 종합적인 판단을 내리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동안 경찰 수사와 국회 국정조사를 통해 이태원 참사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경찰의 안이한 대처가 큰 원인이었음이 드러났다. 재난 안전 주무 부처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재난 및 안전관리 업무를 총괄·조정해야 하는 행정안전부의 수장은 이 장관이다. 경찰에 대한 최종적 지휘 책임도 이 장관에게 있다. 법률적 위반 사실이 없다고 하더라도 159명이 어이없게 사망한 참사에 대해 정치적 책임을 지는 게 당연한 순리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은 “왜 아무도 책임지겠다는 사람이 없는가”라고 말하고 있다.

이 장관 탄핵소추안 가결로 여야 관계는 더욱 악화됐다. 내년 총선 때까지 합의는 사라지고 무한 대립만 계속될 가능성이 커졌다. 국회가 일하지 않으면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보게 된다. 누구 잘못이 큰가를 따지기 전에 여야 모두 국민에게 죄송한 마음을 가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