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과 함께하는 설교] 주님의 제자로 산다는 것

입력 2023-02-10 03:02

월드컵 경기가 시작되면 관중들은 경기장과 TV 앞에 모여 하나 되는 마음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팀을 응원합니다. 그리고 경기가 끝나면 관중은 자기의 일상으로 돌아갑니다. 그러나 축구 선수들은 다음 경기를 위해 휴식한 뒤 훈련을 하고, 선수들을 감독하는 코치들은 작전 회의와 선수들의 실력을 다시 살펴봅니다. 여기서 관중과 선수의 차이가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오늘 본문 말씀을 보면 이와 비슷하게 제자와 군중에도 차이가 있습니다. 예수님의 가르침과 병 고침, 귀신을 쫓는 사역을 하실 때, 자신의 필요를 채우기 위해 따르는 이들을 군중이라 부릅니다. 반면 예수님의 부르심에 응답해 주님의 말씀과 뜻을 따라 사는 사람을 제자라고 부릅니다. 그렇습니다. 주님께서 우리에게 원하시는 것은 군중이 아닌 제자가 되기를 원하십니다.

그럼 예수께서는 어떻게 제자를 택하셨을까요.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뽑으신 곳은 성전 또는 회당이 아니라 어촌, 세관인 일터 등입니다. 그곳에서 예수님은 오랫동안 그들을 지켜보시고 택하셨습니다. 경건의 모양이 드러나는 종교의 장소가 아니라 경건의 능력이 드러나는 일터에서 그들의 삶과 마음의 중심을 보시고, 겨자씨만한 믿음의 가능성을 보시고 제자로 선택하신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주님께 어떤 모습으로 보여질까요. 주님은 제자들을 부르실 때 조건이나 타협이 아닌 단순한 결단을 요구하셨습니다. “나를 따라오너라.” 이 부르심에 응답한 사람들이 제자가 됐습니다. 군중은 주님의 부르심에 응할 뿐입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우리는 그리스도인으로서 군중과 제자 중 어떤 모습에 더 가까울까요.

성경 속 누가의 관점으로 보면 예수님의 부르심에 응답한 제자들에게 나타난 공통점이 있습니다. 다른 복음서는 제자들이 배와 그물이라는 생계 수단을 버렸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누가는 제자들이 모든 것(everything)을 버렸다고 했습니다.(눅 5:11)

모든 것에는 단지 자신의 일이 아니라 삶의 방식이나 생각의 틀, 신앙에 대한 생각을 포함합니다. 예수께서 널리 알리신 하나님 나라에 살아가기 위해 낡은 풍습과 습관적 종교생활, 개인의 생각인 옛것을 버린 것입니다. 그래서 누가는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고 말했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예수님의 제자가 되기 위해 우리가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일까요.

예수님의 제자로 산다는 것은 결국 주님을 따르는 실천의 삶입니다. 많은 그리스도인이 자신의 것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생각에 빠져 있습니다. 즉, 주님을 위해 내 것을 내려놓으면 믿음으로 할 일을 다 했다고 생각합니다. 주님의 제자로의 부르심은 버림에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주님을 따르며 본인의 삶에서 실천하며 살아가는 것에 목적이 있습니다. 내려놓음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대로 머물러 있는 것은 망설임이지 진정한 믿음생활이 아닙니다. 주님을 따라나서고 행동으로 발을 옮길 때 내려놓음이 의미가 있지, 그 자리에 있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주님의 제자로 산다는 것은 주님의 생각, 주님의 말씀, 주님의 삶을 따르며 동행하는 것입니다. 오늘도 주님의 부르심에 응답하는 결단과 실천이 필요합니다. 주저하지 않는 믿음에 따라 주님의 제자로 사는 삶을 살아가시길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신동호 목사(대구 서남교회)

◇서남교회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소속입니다. 88년 동안 대구 중구 남산동을 섬기고 있습니다. 기성세대가 앞장서고 다음세대를 세워가고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교회입니다.

●이 설교는 장애인을 위해 사회적 기업 ‘샤프에스이’ 소속 지적 장애인 4명이 필자의 원고를 쉽게 고쳐 쓴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