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속으로 몰래 침입’ 하는 BTS의 그 바다

입력 2023-02-08 21:28
방탄소년단(BTS)의 음반은 물론, 한국 드라마와 영화까지 전 세계 한류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K콘텐츠 촬영지가 관광 명소로 사랑받고 있다. BTS의 앨범 ‘Butter’ 재킷 촬영 시설물을 재현한 강원도 삼척시 맹방해변. 한국관광공사 제공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2월 추천 가볼 만한 곳의 테마는 ‘한류 성지순례’이다. 전 세계 한류 팬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으며 관광 명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K콘텐츠 촬영지다.

드라마의 감동, 선운각과 쌍문동
서울 쌍문시장. 한국관광공사 제공

서울 강북구와 도봉구에 자리한 한류 드라마 촬영지가 한옥 카페 선운각과 쌍문동 골목이다. 대한제국 시대 의병 이야기를 다룬 ‘미스터 션샤인’은 선운각의 고풍스러운 분위기와 드라마의 시대 배경이 잘 맞았다. 쌍문동은 아파트보다 빌라와 다세대주택, 오래된 단독주택 등이 눈에 띄고, 골목골목 시장이 발달했다. 서민 정서와 정겨운 동네 분위기 덕분에 드라마 배경으로 자주 등장했다. 2015~2016년 방영된 ‘응답하라 1988’의 모티프가 됐고, 백운시장은 2021년 ‘오징어 게임’의 촬영지다.

음악과 영화의 성지, 맹방·부남해변

강원도 삼척에는 한류의 명소가 된 바닷가가 두 곳 있다. 맹방해변은 2021년 방탄소년단(BTS)의 앨범 ‘버터’ 재킷을 촬영한 장소로, 멤버 정국이 ‘겨울 바다가 보고 싶었는데 못 온’ 아쉬움을 달래고, 제이홉이 촬영 중에 ‘합성 같냐, 바다가’라고 감탄한 그곳이다. 주황색과 초록색이 섞인 파라솔, 파란색과 노란색 줄무늬 선베드 등이 ‘버터’의 노랫말처럼 여행자의 ‘마음속으로 몰래 침입’한다. 부남해변은 영화 ‘헤어질 결심’ 마지막 장면을 촬영한 곳이다. 아담한 해변은 그 자체로 영화적이며, 입구 대숲과 바위산과 모래밭도 시적이다. 해변에 서면 애잔한 사랑의 사연이 밀물처럼 다가오는데, 이때 ‘마침내’는 작고 아름다운 해변에 대한 감탄이 된다.

‘러브’ 선샤인랜드와 온빛휴양림
논산 선샤인스튜디오 야경. 한국관광공사 제공

충남 논산시와 드라마 제작사 등이 손잡고 조성한 논산선샤인랜드는 국내 유일한 개화기 촬영 세트장인 선샤인스튜디오, 6·25전쟁 직후의 풍경을 재현한 1950스튜디오, 실내에서 사격과 가상현실(VR) 체험을 즐기는 밀리터리체험관 등으로 구성된다. 총면적 약 2만㎡에 이르는 선샤인스튜디오는 1900년대 초반 한성(서울)을 재현한 공간이다. 한성전기 사옥을 비롯한 근대 서양식 건물과 기와집, 초가집, 일본식 가옥에 1899년 운행을 시작한 전차까지 어우러져 120여 년 전 모습이 완성됐다. 이곳에서 ‘미스터 션샤인’을 대부분 촬영했다. 2021~2022년 방영한 드라마 ‘그해 우리는’이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으며 촬영지인 온빛자연휴양림도 이름을 알리고 있다.

한류 사극 드라마의 산실, 문경

경북 문경새재도립공원에 사극 촬영을 전문으로 하는 문경새재오픈세트장이 있다. 사극 드라마와 영화의 중심지이자, 한류 사극 열풍을 불게 한 공간이다. 특히 한국형 좀비 드라마로 전 세계 사람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은 ‘킹덤’ 시즌 1·2에서는 문경새재가 드라마 속 실제 공간이자 주요 촬영지였다. 문경새재 1관문 주흘관과 2관문 조곡관도 드라마에 등장한다. ‘옷소매 붉은 끝동’ ‘연모’ ‘슈룹’ 등 다양한 드라마를 촬영해, 한류 사극 인기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갯마을’ 공진시장·‘동백꽃’ 구룡포
청하공진시장 내 오윤카페. 한국관광공사 제공

최근 경북 포항으로 여행자를 이끄는 한류 드라마는 ‘갯마을 차차차’다. ‘갯마을 차차차’를 따라가는 시작점은 북구 청하면에 자리한 청하공진시장. 시장 한가운데 장터 건물을 중심으로 드라마에 나오는 공진반점과 보라슈퍼, 청호철물, 오윤카페(한낮에커피달밤에맥주)가 있다. 오윤카페 앞에서 사진을 찍으려면 한참 줄을 서야 할 정도다. 구룡포항과 가까운 석병1리 방파제의 빨간 등대 역시 ‘갯마을 차차차’ 촬영지로 알려졌다. 구룡포근대문화역사거리는 일제강점기 가옥 80여 채가 남은 곳으로,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이 방영되면서 전국에 이름을 알렸다.

‘스물다섯 스물하나’ 서학동예술마을·한벽굴

풋풋한 청춘 서사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의 주요 촬영지가 전주다. 서학동예술마을과 한벽굴(한벽터널)이 새로운 여행지로 떠올랐다. 서학동예술마을에 있는 음악 스튜디오 소리방앗간은 명진책대여점으로 등장했다. 지금은 나무 간판만 남았다. 서학동에서 전주천을 따라 15분쯤 걸어가면 한벽굴을 만난다. 싱그러운 청춘을 담아내기에 더없이 어울리는 배경이었다. 희도의 집으로 등장한 게스트하우스는 하얀 대문과 가로등이 드라마의 여운을 자극한다. 주인공들이 앉은 평상이 그대로 남은 아현슈퍼도 전주 남고산성(사적) 가는 길에 있다.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